연극호황 속 창작극은 왜 인기가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나라 연극계는 전례 없는 호황 속에서도 창작극만은 여전히 외면, 연극발전을 의한 모처럼의 계기가 무위에 그치려 하고 있다. 대부분의 극단은 마치 인기를 저울질하는 대중예술의 경우처럼 번역극, 그것도 인기 물에만 집착, 새로운 시도나 의욕이 없는「매너리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극계의 현황과 함께 왜 그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해 본다.
8개 극장에서 30여 편의 연극이 공연된 지난 두달 동안 창작극공연은 7편에 불과, 거의 5대1의 비율에 머무르고 있다. 관객도 또한 번역극의 경우에 비해 몇10분의1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창작극도 문예진흥원의 지원 금을 받아 공연한 민예의『바보와 울보』(김희창 작),가교의『아독하면 되리라』(오태영 작), 자유극장의『쉬-쉬쉬잇』(이현화 작)등과 상황의 『소작의 땅』(노경식 작)등 이며 이밖에 삼일로 창고극장이 창작극「시리즈」로 마련한 『사당네』(이병원 작),『춘풍의 처』(오태석 작),『여우』(정폭근 작)등이다. 이들 중 일부 공연은 수준 이하로 문예진흥원의 창작 지원 금을 받기 위한 공연이 아니 였냐 는 혹평까지도 없지 않다.
자유극장의『쉬-쉬-쉬잇』등은 상당한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흑자를 기록했으나 삼일로 참고극장의 창작극「시리즈」는 상당한 수준 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 면에서는 관객들의 외면을 당했다. 이같은 창작극공연의 저조와 불황의 원인은 우선 수준 급의 희곡을 내놓지 못하는 극작가와 흥행위주의 공연에만 열을 올리는 극단의 공연 경향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극작가 노경항씨는『좋은 작품이 드문 현실이지만 창작극공연은 모험이라는 벽을 깨고 수순 급의 창작극을 개발하려는 극매의 노력이 아쉽다』고 말한다.
한상철씨(극 평가)는『공륜의 윤리규정이나 생활문제 등 여러가지 제약은 있으나 그 속에서도 좋은 희곡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하며 극작가들의 무성의를 지적했다.
『외국작품의 공연도 중요하지만 극단들이「우리 것」을 개발하고 전승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또 문예진흥원의 창작지원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창봉씨(문예진흥원 사무총장)는『지원방법의 개선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고 말하고『5백 만원 정도의 창작희곡 금고를 설치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그 밝힌다.
이러한 몇 가지 원인에 더해 관객들의 창작극을 외면하는 관극태도도 한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김정옥씨(중앙대 교수)는『현재 대부분의 창작극이 관객들에게 어떤 충격이나 즐거움을 주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관객들만을 나무랄 수는 없는 실정』이라면서『그러나 무조건 외국작품에만 매달리려는 관객의 애용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