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땅뺏기 놀이」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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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8, 19일 이틀동안 광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8회 남도문화 제 민속경연에서 3백여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전남 강진군의「땅뺏기 놀이」가 영예의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땅뺏기 놀이」는 강진군 군동면 화방리 일대에서 예부 터 전해 내려온 농가놀이와 하나로 50여 년 전부터. 자취를 감추었던 것을 조선대학교 김정업 교수가 새로 발굴, 옛 풍습을 재현시키는데 성공한 것.
수도 작의 본 고장인 화방리 마을에서 즐겼던 이 놀이의 내용은 논매기의 끝 매기인 만물 (논의잡초를 훔쳐내는 일)이 지나 덕석기(농촌 덕석 만큼 큰 기)를 앞세워 농장 원을 한 농가의 상머슴을 소에 태우고 풍년을 구가하는 농악을 울리면서 마을로 들어오다가 이웃마을 행렬과 부딪치면 서로 길을 비켜 달라고 다툼을 벌인다. 그러다가 힘을 겨루어 담판을 짓기로 약정하고 농토와 황소를 걸고 싸움을 벌여 상대방의 덕석기를 먼저 넘어뜨려 땅에 닿게 하는 쪽이 이긴다.
흥겨운 농악가락 속에 벌어지는 이 놀이는 3년 계속 연승을 하며 이긴 쪽 마을에 땅을 넘겨주어야 하고 황소는 그해의 승리자가 차지한다.
놀이가 끝나면 농장원한 집에서 밤이 깊도록 축하연을 베풀고 흥겹게 노는 이 지방 특유의 민속놀이다.
강진군당국은「땅뺏기 놀이」의 옛 자취를 재현하기 위해 기능보유자인 조규상 노인(82)을 중심으로 이 마을농부 46명을 선출, 지난9월 한달 동안 연습을 했으며 경연대회장에서 1백20여 년 전의 땅뺏기 놀이에 실제로 사용했던 덕석기를 찾아내 조상들이 즐겼던 농사놀이의 분위기를 한층 실감 있게 펼쳤다. <광주=황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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