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부시, 戰況 일일이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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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생명은 물론 미국과 세계의 진로가 걸려 있는 이라크 전쟁에 몰입돼 전황의 세세한 구석을 꼼꼼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30일(현지시간)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을 인용, 부시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전쟁에 임하는 모습과 개전명령을 내릴 때의 상황 등을 자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1991년 걸프전을 이끌었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는 달리 전황을 세세하게 챙긴다고 전했다.

이라크 영내로 진격한 제101 공중강습사단의 현 위치가 어디며, 제3 보병사단이 어디로 진격하고 있는지를 물을 정도라는 것이다. 일선 지휘관들에게 전쟁 수행을 전적으로 일임했다는 백악관의 공식 발표와는 다소 다르다.

부시 대통령은 매일 세시간씩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에게서 전황 브리핑을 받는다. 긴급 상황 때는 물론이며 수시로 보고를 받는다.

아침에 열리는 전시 내각 회의에서는 카타르에 있는 토미 프랭크스 중부군 사령관이 화상으로 자세한 전황과 전투 계획 등을 설명하고 부시 대통령은 이를 주의깊게 듣는다.

부시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주말을 보낼 때조차 수시로 케이블 TV를 지켜보다 의문이 생기면 라이스 보좌관을 전화로 호출, 보고를 받기도 한다.

부시 대통령과 함께 주말을 보낸 한 인사는 "대통령은 이틀 동안 전쟁 이외의 다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전쟁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군 포로나 전사자 소식에는 침울해 하고 있으나 이번 전쟁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이라크 전쟁이 터질 당시의 긴박했던 백악관 분위기도 자세히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19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핵심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프랭크스 사령관을 비롯한 일선 고위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한 뒤 곧바로 개전을 지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개전명령을 한 뒤 "신이여 우리 군대를 축복하소서"라고 말했다. 프랭크스 사령관도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라는 말로 응답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그의 두 아들이 바그다드의 지하 벙커에 잠들어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폭격 명령을 직접 내렸다.

폭격기와 미사일의 비행 시간 등을 계산해 프랭크스 사령관이 제시한 공격 시한이 마감되기 2분 전인 이날 오후 7시12분 부시 대통령은 "갑시다"라는 말로 공격을 지시했다.

곧 이어 이라크 상공을 날던 스텔스 폭격기가 두 기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걸프해와 홍해에 배치된 군함들은 36발의 미사일을 바그다드를 향해 쏘았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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