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배고픔·파도와 사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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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김경철 특파원】전남 완도에서 거룻배를 타고 밤낚시를 하던 15세의 소년이 6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 한 채 거친 파도와 싸우며 남해 해상을 표류하다가 중공유조선에 구조되어 일본에 인계됐다. 중공 유조선 금호 환(2만5천t에 의해 9일 하오 4시 일본 북해도「도마꼬마이」항에서 일본해상 보안청에 인계된 이 소년은 황인성 군(l5·서울 관악구 노량진2동 산28)-. 지난 1일 밤부터 7일 아침까지 여름 옷차림으로 추위와 공포·허기와 싸우다 지친 황군은 금호 환에서의 치료와 도움을 받고 원기를 회복,『하루빨리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황군을 현지 민단에 인계, 민단「도마꾜마이」지부 사무장 최종기 씨(55)의 보호를 받았으며 12일「삽보로」주재 한국 총 영사관에 인도됐다.
황군은 지난 9월까지 부산∼완도간 연락선 봉안호의 주방에서 일하다가 주방장과 다툰 뒤 그만두고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서 남의 거룻배를 끌고 밤낚시 나갔다가 표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1일 밤부터 7일 아침 50km 공해 상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되기까지 불과 15세의 황군은 견디기 어려운 추위와 허기·거친 파도와 싸웠으며 끝내는 이를 이겨냈을 뿐 아니라 표류상황을 생생히 기억해 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황군을 진찰한 의사 등은 중공선 내의 응급처치로 상당히 회복되었으며 황군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뱃전에 누워「에너지」소비를 막았던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황군을 구조한 금호 환은 중공의 대련 항에서 원유를 싣고 일본의「도마꼬마이」로 가던 중이었다.
민단 측은 황군에 대한 중공유조선의 호의에 감사하는 뜻으로 술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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