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런 질문 저런 답변|4일 동안의 의정발언 소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기국회의 대정부질문이 지난 5일부터 4일간 진행되어 종반 일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질문에서 부각된 중요 문젯점은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4자 회담의 배경 전망과 대책 △「유엔」총회에서의 공산측 결의안 철회에 따른 대책 △「8 18」북괴만행 사건과 안보문제 △물가 △세금중과 △4차 5개년 계획의 수정문제 △한독 맥주 사건과 거액대출 등.
그러나 많은「이슈」가 문제제기로 끝나고 진상규명 방향설정 등은 미흡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정부는 정부대로 미리 쳐놓은 답변 테두리를 넘어서지 않았고『일부 야당 의원들조차 발언했다는 기록수립으로만 만족한 것 같다』는 것이 통일당의 박병배 의원 같은 이가 보는 대정부질문 평가다.

<고사와 통계인용 많아>
질문하는 의원들이 고사나 역사적인 사례를 인용하는 일도 흔히 있는 일.
서정쇄신 전담기구 철치 용의를 물은 이영표 의원(무소속)은 멀리 삼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고구려 백제 신라에서도 서정쇄신이 추진됐고 신라22대 지증왕 때 대혁신을 단행,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 고려의 서정쇄신을 언급한 뒤 이 의원은『이조에서는 탐관오리로 지목되어 적리안에 이름이 오르면 3대 후손과 사위까지 기용되지 않았으며, 대원군은「공자가 살아와도 국리에 어긋나면 배척한다고 했다』며 쇄신을 촉구.
참모총장의 재량권율 물은 황호동 의원(신민)은『우리나라에도「몰트케」(「프러시아)의 명장) 같은 무인이 하나 나올 것으로 보는데 아직 없는 것은 제도의 결함 때문』이라고 했다.
조세부담과중을 따진 김동영 의원(신민)은 평균수명을 들어 부담경감을 역설.
중세로 복지정책을 실시하는 영국의 평균수명은 71세, 경세로 국민 스스로 복지를 누리게 하는 일본의 평균수명은 78세라고 통계를 인용한 김 의원은『우리나라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세금은 많이 내면서도 복지는 백지상태』라고 꼬집었다.
연탄 질을 높이라고 촉구한 박병효 의원(신민)은 장관들에게『단 사흘이라도 집에서 꺼진 연탄을 살리고 새벽에 잠을 서너 번씩 깨며 연탄불을 바꿔보라』고 권유.
서울시의 무계획적인 도시계획으로 역사적 건물이 헐린다고 개탄한 천명기 의원(신민)은 그 예로 △근대 한국사의 산실인 구조선「호텔」과 반도「호텔」△종각 옆의 구동일 은행(한국최초의 은행건물) △한국은행건물 등을 제시.
「구렁이 담 넘어 가는 식 답변」과「청개구리 생리답변」(질문과 반대로만 나가는 답변)을 말아 달라고 박병효 의원은 부탁.
의원들의 질문은 소속정당에 따라 형이 다른 편.
야당 의원들이 대체로「추궁형」인데 비해 공화당 의원들은 질문위주의「직설형」이고 유정회 의원들은 유신에 관한 강의를 곁들인 것이 이채.
4일간 질문에 나선 16명의 의원 중 박삼철 황재홍(공화) 김기형 박동묘 김진복(유정) 황호동 박병효 김동영(신민) 권오태 이영표(무소속) 의원 등 10명이 본회의에서 처녀발언.
특히 서인석 김상영 천명기 의원 등은 전문적인 문제를 많이 제기했고 황재홍 권오태 이영표 김동영 의원 등도 자료준비를 많이 했다는 평.
신민당의 이철승 대표최고위원과 엄영달 박병효 의원 등은 발언에 힘을 넣어「역설형」.
이에 비해「톤」이 약해 낮잠의원을 많이 생기게 했대서 김진복·이영표 의원 등은「자장가형」이란 얘기를 들었다.

<소신·pr형에 낭독형도>
최규하 총리는 답변 때마다「국민총화」와「국력배양」등을 강조하면서 차분하게「무한정」으로 설명해「총괄형」. 남덕우 부총리는 이번에도 특유의 강의형을 구사했는데 예를 들면『국내저축목표가 야심적이 아니냐』(박동묘 의원)는 질문에『개념설명을 하면 비교적 단순한 개념이다. 국민저축이란 1년간의 국내 총 투자액에 수출액을 합하고 수입을 뺀 것이다』고 경제원론을 인용.
박동진 외무장관은 처녀답변을 했지만 요령에 재치까지 부려 인기.
장예준 상공은 연탄수급 기계공업 육성문제 등을 자신 넘치게 답변해「소신형」으로 봉했고 최경록 교통은 우리나라를 관광하고 간 일본사람 등이 보낸 편지를 읽어가며 관광사업 등을 선전해「PR형」.
서종철 국방 김재규 건설 유상근 통일원 최형섭 과학기술처 장관 등은 답변자료를 차분히 읽어「낭독형」으로 등장.
답변 장관 중 더러는 업무고충도 토로해 석탄 수급문제에 관해 장예준 상공장관은『공급부족이면 수요자 쪽에서 파동이 나고, 좀 남으면 연탄 업자들이 해결하라고 나선다』고 호소. 장 장관은『그러나 나는 남는 쪽을 택하겠다』고 답변.
16명 발언자 가운데 질문에 새로운 기구제도의 창설 법의제정 개정 폐지 등 30여건의 대정부 주문은 했으나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불과 한 두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 중에는『환경청이나 공해 관리 청을 신실할 용의가 없느냐』는 박병효 의원(신민)의 질문에 최규하 총리가『행정개혁위로 하여금 연구 검토토록 하겠다』는 답변을 얻은 것이 대표적인 예. 앉은자리에서 즉석 거절당한 것으로는 한·미·일 삼각안보체제(이철승 신민 대표), 부총리급 주관의 안보기구(황호동 의원), 석공의 민영화(황재홍 의원), 종합소득세법개정 농지개혁법 개정(이영표 의원) , 내무부산림청의 농수산부이관(박병효 의원)등.
새로운 안보기구에 대한 황호동 의원(신민)의 제의에 대해 최 총리는『현재도 기구가 없어서 못다루는게 아니다』며 통일원의 고문회의까지 10여개의 현행 안보기구를 열거.
대부분「메아리」없는 주장이 되긴 했으나 선량들의「아이디어」를 추려보면-.
△민주 평화 통일위 △헌정운영협의기구(이철승 의원) △산업의 전시 즉각 동원입법(권오태 의원) △중소기업금고(황재홍 의원) △한전 법개정(천명기 의원) △태평양 경제권 창설주도 중소기업육성특위(김상영 의원) △중소기업 근대화법 제정 중소 기업청(김동영 의원) △고용정보「센터」인력 개발국, 기계국산화 금고 공장재배치법 특별제정(김기형 의원) △금융기관 민영화 금융기관 기업공개(박병효 의원).
『의원생활 10년 동안 이번 국회처럼 조용한 국회는 못 봤다』-.
오준석 공화당 부총무 말처럼 국회운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중평.
8일 본회의에서 5백억원 이상의 거액대출자 명단공개를 둘러싸고 잠시동안 조충훈 재무차관의 답변이 중단된 일을 제외하면 4일간의 질문기간 중 장내 소요로 인한 정회선포나 발언중단 사태가 한번도 없는 셈. 다만 박병효 의원(신민)이 보충발언 시간 15분을 넘겨 사회를 보던 정일권 의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고「마이크」가 꺼진 채 잠시 발언을 계속했던 것이 유일한 발언 시간초과 예.
항의 야유 인신공격 등도 줄어들었고 발언이 문제돼 징계론이 나온 일도. 없어 여당으로는『만점질문』이란 평가.
이런 운영「스타일」에 대해 채문식 의원(신민) 같은 이는『본회의에서 혼식논쟁을 벌일 정도로「정치발언」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냐』고 했고 이효상 공화당 의장 서리는『이제야 정상을 찾은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여당의원은『야당이 스스로 한계를 깨닫고 정책정당으로서의 전환을 모색했기 때문』이라고 논평. <정치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