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켓만 있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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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남 진도 인근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가 완전히 물에 잠긴 것은 아니다. 16일 오후 10시 현재 여객선의 일부는 바다 위로 드러나 있다. 선체 내부의 공기가 남아 있는 공간(에어포켓·air pocket)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과 희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가장 최근에는 대서양에서 60시간 만에 구조된 한 20대 선원의 사례가 있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해리슨 오케네는 지난해 5월 나이지리아 근해에서 선박 전복 사고로 승선자 10명이 사망했지만 사고 3일 만에 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바닷속 33m 아래로 가라앉은 배에서 빠져나오려고 물이 들어찬 선실을 헤집고 다니다 저압력연소실 안에서 ‘에어포켓’을 발견했다. 물이 차지 않아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콜라 한병으로 버티다 산소가 바닥나기 직전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지난해 4월엔 한 미국 여성이 텍사스주 휴스턴호(湖)에 빠진 승용차에서 에어포켓 덕분에 45분 동안 버티다 구사일생했다.

 세월호는 선체 길이가 146m에 이르는 비교적 큰 배여서 대서양 선원 사례처럼 선체에 공기가 남은 공간이 있을 수도 있다. 창원문성대학 박성호(해양조선학) 교수는 “세월호는 배가 크고 격실(隔室·밀폐된 공간)이 많은 데다 선체의 일부가 물 위에 드러나 있는 만큼 선체에 공기(에어포켓)가 차 있을 수 있다”며 “이론상으로 생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에어포켓이 있다 하더라도 37m에 달하는 수심과 낮은 수온을 감안할 때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심재현 방재연구실장은 “이론상으로 에어포켓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배의 무게나 재원 수압을 고려해봐야 한다” 고 말했다.

강혜란·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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