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청수 이전 뒤 흉물로 … 활용안 못 찾아 원도심 상권 악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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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이전의 영향으로 썰렁한 천안 명동거리.

천안 원도심에 있는 옛 천안세무서 건물이 수년째 방치되면서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원도심 활성화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주민들은 이른 시일 내에 임대나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도심 공동화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옛 천안세무서가 있는 대흥동은 천안역과 원도심을 대표하는 상가 지역인 명동거리가 있다. 1970~80년대만 해도 명동거리는 젊은이들로 불야성을 이루던 천안의 중심 상권이었다. 하지만 이후 명동거리의 명성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해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인적은 끊기고 낮에도 정적이 감도는 거리가 됐다.

명동거리에서 30년간 의류매장을 운영한 윤선근(57)씨는 사람들이 사라진 명동거리를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 호황기를 누리던 때만 해도 권리금이 집값보다 비싼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일대 의류매장 가운데 절반가량이 문을 닫았다. 부부가 의류매장을 2곳이나 운영하다 10년 전에 한 곳은 처분하고 나머지 한 곳은 부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가게 수입만으로는 생활비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천안시청과 천안세무서가 신도심으로 이전하면서 대흥동 일대의 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여기에 원도심 활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천안민자역사 건립마저 취소되면서 주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나마 기존 천안시청 자리는 동남구청으로 재사용되고 있지만 옛 천안세무서는 여전히 도심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남아 있다.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옛 천안세무서 건물.

천안세무서는 2011년 천안 청수지구로 이전했고, 옛 청사는 현재 빈 건물로 남아 있다. 세무서가 이전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건물 활용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원도심 상권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세무서 이전과 함께 인근 세무사 사무실들도 속속 청수지구 등 신도심으로 옮겨가 공동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기존 세무서 건물은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가 위탁 관리하고 있다. 세무서 이전과 동시에 건물 임대나 매각이 바로 이뤄지지 않아 건물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누수 같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건물 상태를 점검한 결과 일부 누수현상이 발생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 측은 올 하반기 건물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임대나 매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처럼 수년째 청사 활용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주변 상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주민 박미정(50)씨는 “낮에도 다니는 사람이 뜸한 지역인데 건물까지 흉물스럽게 남아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상권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밤이면 인적이 끊겨 건물이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부지 활용방안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해 구도심 공동화 현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임대를 하려면 건물이 온전해야 하는데 누수 현상 말고도 정밀진단을 통해 건물을 보수해야 할지 상황을 봐야 한다”며 “국가 재산을 관리하는 기관이 다르고 절차가 있어 세무서 이전 후 바로 매각이나 임대를 하지 못했다. 향후 이 일대 도시정비구역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검토해 이른 시일 내에 건물 활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 사진=프리랜서 진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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