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암 환자 화병·우울증 … 여럿이 운동하는 게 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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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느끼는 암은 남성과 다르다. 암이 찾아오는 시기나 진행 과정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문병인(54·사진) 이대목동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장은 15일 “여성 암 환자에게는 암 치료만큼이나 정신적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에게 암은 남성과 어떻게 다른가.

 “남성에 비해 여성은 젊을 때 암에 많이 걸린다. 특히 여성암으로 불리는 유방암이나 난소암은 40~50대에 집중돼 있다. 남성 암은 60~70대에 가장 집중된다.”

 -여성에게 40~50대는 한창 일하고 아이 키울 나이인데.

 “아내로서, 엄마로서,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역할이 가장 많고 중요할 때 암이 찾아온다. 가족 모두가 여성에게 기대고 있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암이 찾아오면 본인은 물론 가족과 가정이 함께 무너질 수 있다.”

 -여성 암 환자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특별히 뭐가 다른가.

 “2011년 우리 병원 여성 암 환자를 조사했더니 85%가 화병이거나 화병이 의심됐다. 일반인(4~5%)과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40대 후반~50대 초반 여성 갱년기와 맞물리면 우울증으로 진행되기 쉽다.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 갱년기가 빨리 와 문제가 커진다. 남자는 갱년기가 서서히 진행되고, 60대 이후에 주로 암에 걸리기 때문에 여자에 비해 심리적 타격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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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이 암 치료에 장애가 될까.

 “우울증이나 화병이 생기면 몸에 있는 면역세포의 기능이 확 떨어진다. 면역력이 떨어져 나을 병도 낫지 않는다. 면역세포는 기분이 좋을 때 활동한다. 감정이 처지면 치료 의지가 꺾인다. 암 환자에게 우울증은 최악이다. 여성 암 환자에게는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만큼 정신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우울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그림을 그린다든지, 글을 쓰는 것도 좋은 치유 방법이다. 여러 명이 모여 요가·국선도 같은 운동을 하는 것도 우울증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부 병원이 환자 서비스 차원에서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암 환자를 위한 마라톤이 생겼다(예: 핑크리본 캠페인). 하지만 병원 한두 군데나 의사 몇 명이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 선진국은 이런 프로그램을 정부가 지원한다. 가정과 사회를 살린다는 생각으로 여성 암 환자들의 심리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여성들이 기억해야 할 암 예방법은.

 “여성들은 폐암이나 대장암 등을 ‘남성이 잘 걸리는 암’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여성이 무시할 수 있는 암은 없다. 젊을 때는 함께 발생하는 ‘연관 암’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가령 난소암에 걸리면 자궁내막암·대장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장주영·김혜미·이서준·이민영 기자
◆국립암센터·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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