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은퇴 팁] 국민연금 일찍 받으면 어떤 경우라도 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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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명수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퇴직 후 생활비를 충당하려는 다급한 이유도 있지만 미래의 현금보다는 현재의 현금을 중시하는 성향과도 무관치 않다. 하지만 국민연금 조기 수령은 길게 보면 손실이므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붓고 55세 이상이면 수급개시연령 5년 전부터 조기 수령할 자격이 생긴다. 단 미리 당겨 쓰는 만큼 이에 대한 비용은 치러야 한다. 국민연금을 일찍 받는 1년당 6%, 최대 30%까지 연금이 깎여 지급된다. 이 삭감비율은 사망 등 연금종료 시까지 유지된다. 이를테면 연금을 1년 일찍 수령할 경우 94%, 2년 일찍은 88%만 평생 타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조기 수령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연금을 조기 수령한 사람은 2006년 1월 10만7000명에서 올 1월 40만3000명으로 네 배나 됐다. 특히 베이비 부머들이 본격 퇴직대열에 들어서기 시작한 2010년부터는 연평균 5만 명씩 조기 연금수령자가 생겨나고 있다.

 조기 연금수령이 정상수급에 비해 얼마나 불리한지 따져보자. 55년생이 올해 2년 일찍 받을 경우 수령총액이 정상수급 총액과 같아지는 나이는 75세다. 이 나이 이전까지는 조기 수령이 유리하지만 이후부터는 역전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80세인 점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 조기 수령은 어떤 경우든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국민연금은 내가 납부한 보험료의 1.3~2.6배에 달하는 연금을 찾아 쓰는 구조다. 소득이 적을수록 많이 가져간다. 수익성이 이만큼 뛰어난 연금상품은 어디에도 없다. 퇴직자들 대부분은 ‘소득 크레바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때 생활비가 아쉽다고 조기 수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리 준비하는 게 상책이지만 그러지 못했더라도 방법은 있다. 은행의 가교형 정기예금에 1000만원 이상 넣어두면 소득 크레바스 기간 동안 연 2~3%의 이자와 원금을 매달 나눠 지급해 준다.

서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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