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사고 … 금감원, 오늘 시중은행장 긴급 소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최수현 금감원장

최근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금융감독원이 15일 시중은행장들을 긴급 소집했다. 참석 대상은 10개 은행으로, 신한·국민·하나·외환·농협·기업·한국씨티·한국SC·우리·산업은행이다. 이번 회의에선 금융사고가 재발하면 경영진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긴급 은행장 회의 소집은 최근 들어 KT ENS 협력업체의 매출채권 대출 사기, 시중은행 도쿄지점 부당 대출, 일부 은행 영업점 직원의 횡령·문서위조 사고가 잇따르는 등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국내 ‘빅3’ 보험사의 하나인 한화생명의 경우 직원 한 명이 대표이사 인감을 위조해 가짜 보증서류를 만들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14일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융사 직원들의 잇따른 비리·횡령 사고로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금융회사 경영진은 기존의 그릇된 조직문화와 업무 방식을 청산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사태 해결과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그는 개인정보 불법 유출 사태와 관련해서는 “유출 개인정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파밍 등 금융사기 피해 우려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보다 쉽게 전달될 수 있는 체계적인 금융사기 피해 예방 홍보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직원들에겐 금융권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검사를 당부했다. 최 원장은 “그동안 감독·검사 과정에서 허점이 없었는지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금융의 기본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 우리은행 도쿄지점장 김모(56)씨의 장례가 마무리됨에 따라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조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시중은행 도쿄지점의 일부 직원이 부당대출 과정에서 받은 사례금을 다른 나라로 송금한 정황을 포착하고 경위를 파악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해 대부업자가 빼돌린 고객 정보 300만 건 중 씨티캐피탈과 IBK캐피탈의 고객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캐피탈은 한국씨티은행과 함께 한국씨티금융지주에 속한 회사며 IBK캐피탈은 기업은행의 자회사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창원지검에서 구속한 대부업자 서모(39)씨와 대출 모집인이 가지고 있던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조사한 결과 씨티캐피탈에서 1만7000건, IBK캐피탈에서 1만6747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창원지검은 이 USB에서 SC은행과 씨티은행의 고객 정보 13만7000건이 있는 것을 확인해 관련자를 기소했다. 금감원은 검찰에서 USB를 넘겨받아 추가 분석을 해왔다.

 금감원의 분석 결과 씨티·IBK캐피탈에서 유출된 정보는 이름·휴대전화번호·직장명과 같은 고객 식별정보 외에 대출금액·이자율과 같은 대출거래 정보도 포함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정보 일치 여부는 확인됐지만 이 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경위가 불분명하다. 유출 과정에 금융회사가 내부 통제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나면 법규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고객정보 유출 과정에 금융회사 내부 직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