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음해 풍조 추방을 위한「캠페인」|뒤에서 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객 영화 『삼총사』에서 주인공 「달타냥」은 악한과 목숨을 건 건투를 벌이면서도 상대방이 떨어뜨린 칼을 집어들게 해주고 다시 싸우는 멋진 장면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달타냥」의 이 같은 「페어·플레이」 정신이야말로 관중들에게 통쾌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아낌없는 갈채를 불러일으키는 요체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일수록 범사에 정정당당하게 자웅을 겨루고 선의의 대결로 승패를 결하는 「스포츠맨쉽」이 실증될 때 비로소 승자의 영광은 축복과 공감을 얻을 수 있고 패자의 분발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 각자가 제나름대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 보다 많은 공리를 추구하는데 이의가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이 과열 될수록 경쟁의 수단과 방법이 가려져야 하고 지켜져야 할 규범과 「페어·플레이」가 전제돼야 한다.
서부활극을 보면 하찮은 총잡이에게도 등뒤에서 쏘는「더티·플레이」는 용납되지 않는 그 나름의 「룰」이 있다. 야수의 세계에서도 뒷덜미를 무는 비열한 싸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어둠속의 암살자와도 같이 남의 등뒤에서 흉기를 겨누는 비겁한 인간됨과 비뚤어진 경쟁의 양상이 역사의 유산처럼 전수돼 왔다.
충신 정몽주를 살해한 조영규는 선죽교 밑에 숨었다가 충신의 뒤통수에 쇠뭉치를 던졌다. 충절의 일편 단심도 끝내 음해의 저열한 술책에 물거품처럼 슬픈 종말을 맞아야 했다.
을묘사화의 제물로 사사된 이상주의의 선구자 조광조. 그도 간악한 무리들이 조작한 유언비어에 어처구니없이 당하고만 무고한 희생자였다.
왕위 계승을 둘러싼 숨막히는 음모와 사색 당쟁 속에서 점철된 모함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은 후세에까지도 치욕스런 회근을 안겨준다.
상대의 발전을 가로막고 사리를 획책하는 떳떳지 못한 풍조는 어쩌면 끊임없는 수난과 압박을 받으며 지내온 굴욕적인 역사의 소산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 생활의 「프리즘」에 투사되는 수많은 모함과 비방의 분류는 인간 관계의 붕괴를 초래하고 사회 심층에까지 불신과 부정직의 기류를 편만케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대로 덮어둘 수만 없는 심각성을 띠고있다.
도처에 만연한 음해와 부정직의 분위기 속에서는 공정한 대결의 의지와 피 땀흘린 노력의 정당한 가치들은 부정당하고 요행과 우연을 바라는 생활 태도가 팽배하게 마련이다.
수년 전 서울에서 열렸던 제49회 전국 체전 「마라톤」 경기 때 있었던 일. A도 육상 연맹은 김주춘·김기운 두 선수가 22km 지점에 이르렀을 때 미리 길옆에 숨겨두었던 온권석·황정용 두 선수와 바꿔치기 해 2등과 4등에 입상케 했다. 그러나 불의가 끝내 이길 수는 없었다. 오래가지 않아 비밀이 탄로되고 입상은 취소됐다.
빗나간 경쟁 심리는 고장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선수들의 가슴에 망신을 안겨주었다.
경쟁 상대를 제거하고 그 대성을 저해하려는 권모술수·손자병법을 무색케 하는 허허 실실은 그 당연한 귀결로 사회의 구석구석에 도의의 공백 상태를 노정 했다.
자유당 정권 때인 54년12월18일. 일부 야당 인사의 집에 북괴 「인민 위원회」 명의의 불온 문서가 날아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조사 결과 야당 인사들에게 「빨갱이」라는 올가미를 뒤집어씌우려던 정치적 음모였음이 탄로 났다.
정계의 「더티·플레이」는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는 「매터도」로 나타났고 온갖 허위 사실 유포와 인신 공격으로 서로 물고 뜯다가 함께 망하는 추태를 연출했다. 이러한 풍조는 경제계에서도 예외 일수는 없었다.
자유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능력을 겨루는 선의의 경쟁은 외면 당하기 일쑤였다. 동일 업종이나 상대 기업에 대해 부당한 간섭을 일삼고 약점을 찾아 쑤셔대며 적대시하는 것으로 일관하는 한심한 경쟁 풍조는 지금도 사회 일각에서 만연하고 있다. 경쟁은 상대방에게 간여함이 없이 정해진 「룰」에 따라 오직 자신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
상대자의 뒷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식의 반칙을 일삼거나 아전인수격의 심판을 하려 한다면 이는 그 자체가 이미 불법 행위며 경쟁에서 패배자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반칙을 불사하는 경쟁 자세는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소인배의 행동이며 약자의 심성에서 비롯되는 퇴행적인 소행이다. 「페어·플레이」는 자기를 존중하듯 남도 아껴주는 신뢰의 인간 관계에서 비롯된다.
이는 또 경쟁 당사자에게 다같이 발전을 가져다주는 밑거름이 된다.
「몬트리올·올림픽」에서 꽃핀 아름다운 이야기 한 토막-. 「루마니아」의 요정 「나디아·코마네치」 양 (14)이 체조 개인 종합 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자 동「메달」의 「라이벌」 「투리체바」양 (소)은 승자의 목을 안고 축복의 「키스」를 퍼부었다. 패자의 입장에서 승자에게 승복하고 찬양을 보내는 이 광경은 사진으로 전송 돼 온 세계인간 가족의 가슴을 흐뭇하게 했다.
승자를 깍아 내리려는 파괴적 반발 감정을 버리고 그 노력을 인정해주고 결과에 승복하면서 자신의 분발을 새로 다짐하는 진취적인 마음가짐. 여기서 경쟁자는 상호 신뢰의 인간 관계를 이루게되고 서로 자극하고 격려하여 다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이룩되는 것이다. <금창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