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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낙타|전라로 물만 마셔대는「나체미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아프리카」·「아시아」남서부·몽고가 원산지인 낙타도 더위엔 민감하다. 6월 중순 한낮의 뙤약볕이 비치기 시작하면 수염을 빼고는 모든 털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 7월초에는 털 한 가닥도 찾을 수가 없게된다.
이 때문에『나체미인』으로 불리는 낙타는 이같이 옷을 다 벗고도 8월 폭양의 한낮에는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 더위를 쫓는다.
낙타엔 쌍봉 낙타와 단봉 낙타가 있다.
창경원에 있는 것이 쌍봉이고 단 봉은 용인자연농원에 우리 나라에선 유일하게 1쌍이 있다. 낙타는 잘 알려진 대로 사막의 배다. 겉모양뿐 아니라 신체구조 모두가 사막 살이에 알맞다. 발이 넓고 편평하고 발바닥이 연하고 틈이 갈라져 사막을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늘어진 눈꺼풀은 모래로부터 눈을 보호할 수 있고 개폐가 자유로운 콧구멍은 모래바람이 쳐도 숨이 막히는 법이 없다.
이런 것 보다 낙타가 받은 가장 큰 자연의 선물은 등위에 솟은 혹. 흔히 이 혹을 물주머니라고 하지만 실제는 기름덩이다. 이 기름덩이는 물이 아쉬울 때 조금씩 분해돼 물로 변한다. 이렇게 해서 얻는 물의 양은 약 19ℓ. 등위에 2백70㎏의 짐을 싣고도 하루종일 47㎞를 행군하니 사막의 낙타는 내사로 더위를 잊는 셈이다.
그러나 동물원의 낙타는 이런 고역과는 상관없이 팔자 치곤 상팔자다. 날마다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보통 때의 4∼5배나 물을 벌컥벌컥 마셔 갈증을 달랜다.
그러나 낙타는 동물원의 동물가족 중에서 제일 몰상식하고 망나니로 꼽힌다. 땅을 파헤쳐 이곳저곳에 웅덩이를 만드는가 하면 먹이가 없거나 돌봐주는 사육사의손길이 조금만 뜸해도 울타리를 망가뜨려 사육사를 불러낸다. 그래서 사육사의는 다루기가 어렵다. 특히 더위가 심하면 이 녀석의 투정은 더욱 심하다. 지난 중복 날에는 난간밑「풀」에 얼굴을 담그고 세수를 하려다 실족, 물 속에 빠졌다. 이래서 낙타는 습성에 없는 물놀이로 피서를 해본 셈이 됐다. <김정만(창경원 감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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