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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가입의 신고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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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 국제기구에의 가입을 사전신고제로 하겠다는 것이 과연 진취적인 생각일까. 그것은 수출의 신장, 국제협력의 추구 등 우리가 지향하고있는 세계에의 웅비라는 대의를 거스르는 것이 되지는 않을는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오늘의 세계는 어느 나라나 홀로 고립해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교통·통신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국민생활의 모든 영역이 범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싫든 좋든「세계가족사회」의 구성원이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경을 초월한 국제적 관계의 다면화 내지 심화경향은 필연적이다. 더구나 개방사회인 우리 나라는 그 동안 국제사회에 적극 진출 책을 펴왔다.
그 동안 우리가 국가를 유지하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는데는 국제협력의 기여 가 거의 절대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이룩하는데 있어 국제협력이 차지하게될 몫은 커지면 커졌지 결코 축소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따라서 국제협력의 폭과 질이 계속 확대·강화되어야 하겠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리가 그렇다면 정책도 국제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배려되지 많으면 안되겠다. 모든 국제기구 가입에 사전신고를 요구하는 것이 그나마 강화되려면 「풀뿌리 국제협력」을 위축시키지나 않을 것인가.
그리고 관계자들이 사전신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내세우는 「동태를 파악 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유엔」기구나 정부간 국제기구 또는 북괴의 참가 기구등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국제 기구라면 동태를 파악 할 필요가 있겠지만 잡다한 국제기구에의 가입동태를 모두 파악해야할 이유가 꼭 있는 것인가. 개방사회라면 잡다한 자발단체들을 모두 파악할 수도, 파악할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닐까.
현행 사회단체등록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종교와 학술의 연구·발표 및 친목을 목적으로 한 단체의 경우에는 사후등록조차 필요 없게 되어있다. 이런 법 정신은 국내에서의 단체 결성에서 뿐 아니라 국제기구에 가입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수용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리고 사실상 동태파악이 꼭 필요할 정도의 국제기구의 경우에는 꼭 사전 신고를 안 받더라도 동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분담금을 물거나 원조를 받는 국제기구라면 우리 같은 엄격한 외환관리체제아래서 주무부처의 규제를 안 받을 수 없게 되어있다. 또 그 성원이 외국에 여행을 할 필요가 생기면 여권심사과정에서 자연히 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간접적인 동태파악이 아닌 사전 신고나 행정지도 등 직접적인 방법을 제도화하게되면 국제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위험이 있다. 제도의 취지가 국제협력에 대응하는 우리의 태세를 효율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국제적으로는 개개의 국제기구가 지향하는 목표활동을 통제한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것은 자칫 국제기구활동을 규제한다느니, 순수한 민간기구에 관의 입김이 작용해 순수성을 훼손시키느니 하는 쓸데없는 마찰의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남북한경쟁이란 특수여건 때문에 이러한 원칙이 불가피하게 제한되어야 할 부분이 있더라도 그러한 제한과 규제는 필요한 최소한으로 억제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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