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양법 질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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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초 예정을 앞당겨 2일「뉴요크」에서 개막한 제3차「유엔」해양법회의 제5기 회의는 새로운 해양법질서를 하루빨리 수립하려는 국제사회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속도로 회의가 진행되면 내년 중에는 국제협약이 체결되리란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렇게되면 지난58년 제1차 해양법회의이후 실로 20년만에 새로운 바다의 질서가 수립되는 것이다.
해양의 자유와 불간섭을 기조로 했던 바다의 질서는 이제 바야흐로 해양의 분할과 관리에 바탕을 둔 새로운 질서로 대체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해양후진국에서 세계 유수의 해양국으로 탈바꿈하려는 우리나라의 이해 관계는 이러한 해양질서의 세계적 변화추세에 꼭 일치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해양법질서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대체로 안보와 경제적 차원의 것이다. 그것은 대개 영해와 경제수역, 그리고 대륙붕제도의 수립과 관련된다.
우선 12해리 영해제도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국제해협의 통항과 서해5도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의 처지에서 보면 영해 폭의 확대에 따라 새로 연안국의 영해에 흡수될 1백16개 국제해협의 통항 문제는 2중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세계 제7의 어업국·제4의 수산물수출국이자 세계 유수의 조선·해운국으로 성장한 우리의 경제적 요청에서 보면 국제해협의 자유통과를 주장하는 선진국의 대열에 서야할 처지다. 그러나 안보적 관점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영해 12해리가 확립되면 현재 소련함대의 한 출구가 되어있는 대한해협이 우리와 일본의 영해로 편입된다. 그 경우 우리의 영해에서 그것이 국제해협이란 이유만으로 우리의 안보에 위해로운 일이 자행된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정부가 국제해협의 자유통과 통항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면서도 군함의 경우에는 무해 통항 만을 인정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12해리 영해가 확립되면 북한과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해5도와 부속 수역을 놓고 북괴가 시비를 걸어올 가능성이 있다. 물론 합리적으로만 따진다면 섬도 그 자체의 영해가 인정되는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나 북괴의 고질적인 비합리성이 문제인 것이다. 이 경우에는 양측의 합의인 휴전협정을 바탕으로 해결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2백 해리 경제수역제도의 수립으로 인한 원양어업상의 타격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다.
경제수역 제도가 수립되면 전세계 수면의 35%가 여기에 포함된다. 그에 비해 3면이 바다지만 중국·일본 등과 인접한 우리에겐 새로 차지할 해역이 크지 않다. 더구나 우리 원양어획고의 80% 가까이가 각국연안 2백 해리 이내에서 잡히는 형편이다. 이런 실정을 감안하면 2백 해리 경제수역제도에 반대해야할 처지지만, 세계적 대세라 반대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입어권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한 노력은 관계국과의 양자간 합의와 국제회의를 통한 합리적인 입어권 제도확립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강력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대륙붕제도의 성격도 미묘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타국과 대륙붕이 연결되어 있는 황해에선 중간선, 해구로 단절되어있는 남 동해에선 자연연장을 대륙붕 경계획정의 기준으로 삼고있다. 따라서 일본과는 대한해협부근에서 중간선·동지나해에선 자연연장을, 중국과는 모두 중간선을 획정 기준으로 하고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어디서나 중간선에 의한 획정을 주장하고, 자유중국과 중공은 자연연장에 의한 경계획정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해양법회의의 대세가 조건부나마 자연연장론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일본에 대해서 우리의 입장을 강화하는 것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선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이렇게 해양법질서의 변화는 우리에게 복잡 미묘한 많은 문제를 제기한다. 정부뿐 아니라 학자·관계인사들이 모두 더 큰 관심을 기울여 현명한 대응책을 강구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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