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식욕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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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즈음 우리 주위에서는 아기들이 잘 먹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것은 아기의 몸 어디엔가 이상이 있을 때에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모든 부모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음식을 잘 안 먹거나 음식에 대하여 까다로운 경우를 우리는 식욕부진이라고 일컫는다.
이러한 식욕부진은 열이 나는 어떤 급성질환에서도 볼 수 있으나 결핵·빈혈, 또는 만성감염증 같은 때는 별 특별한 증상 없이 입맛만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 아기의 식욕부진은 이러한 병들보다도 정신적인 불안정 상태나 정서장애 같은 정신 신경적인 요소에서 오는 수가 더 많다.
정상적인 성장을 하는 아기들에게서도 나이에 따라 1세 내지 5세까지는 별탈 없이도 잘 안 먹는다.
아기들이 돌이 될 때까지는 최초 체중의 3배인 9∼10kg으로 자라니까 잘 먹지만 생후 1년부터 5년까지는 1년에 몸무게가 1∼2kg밖에 늘지 않으므로 자신의 활동에 필요한 열량 만큼만 섭취하게 돼 자연히 덜 먹게된다. 이런 경우는 엄밀히 말해서 식욕부진이 아닌데도 서둘러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또 요즘은 영양가 높은 음식물이 많아져서 이런 걱정이 늘기도 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와 열량이 높은 설탕이 주제인 「아이스크림」 「초컬리트」 등의 영향으로 애써 밥을 먹으려하지 않는다. 또 1∼5세의 아기들은 원체 덜 먹게 돼 있기도 하지만 이때는 정신발달과정에서 차차 독립심이 강해질 때이므로 누가 억지로 먹으라고 하면 굳이 반대해 보기도 한다. 이외에도 어린이들은 심미안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바라며 매번 같은 음식은 싫어하기 때문에 잘 안 먹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부모의 관심을 자기에게 돌리고자 며칠씩 안 먹는 경우도 있는 만큼 결핵이나 빈혈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지 찾아보아 별탈이 없으면 아기들에게 너무 먹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치료의 첫째이며 「비타민」B 복합제를 투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이병호<의박·소아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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