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어린이와의 결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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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왕년의 명화 『집 없는 천사』는 가련한 「레미」소년을 통해 고아들의 설움과 외로움, 부모 그리움에 몸부림치는 그들의 모습을 극명하게 그려냄으로써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 바 있었다.
이 세상에서 집과 부모가 없는 어린이,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과 정을 받지 못하고 사는 고아들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이 또 어디 있겠는가. 『엄마, 엄마는 어떻게 생겼어요. 나는 엄마가 무척 보고 싶답니다. 엄마는 아마 예쁜 엄마일거야. 엄마, 나도 엄마와 함께 살고 싶어요. 엄마는 예쁜 공책과 새 옷도 사주실 거야. 엄마, 나도 엄마 손잡고 소풍도 가고 놀고 싶어요. 』 -
서울 도봉구의 혜생원에 수용돼있으면서 국민학교 2학년에 다닌다는 고아 이 모양이 쓴 이 일기장 속의 피맺힌 하소연과 눈물겨운 기구 앞에 그 누가 가슴 뭉클함을 느끼지 않고 배길 수 있을 것인가. 자식 가진 모든 부모들은 진심으로 이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고 깨닫는 바가 있어야할 것이다.
부모의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고, 자신이 태어난 동리도, 또 고아원까지 흘러 오게된 내력조차 알지 못한 채 사랑에 굶주리고 인정에 목말라 우는 우리 나라 고아들의 수효는 공식으로 집계된 것만도 자그마치 4만2천2백여명이나 될뿐더러 이 숫자는 미혼모의 증가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보사부는 이 때문에 최근 전국 4백25개 불우 어린이 시설에 수용되고 있는 고아들 중 1만3천5백명을 사회 각계 인사 및 단체들과 결연케 하여 교육비와 양육비를 후원해주도록 하는 「캠페인」을 범 국민적으로 추진키로 했다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고아문제를 가장 원만하게 해결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국내 독지가들의 가정에 입양을 실현하는 길이다. 자녀 없이 고아를 원하고 있는 무 자녀가정 등을 찾아 양자의 인연을 맺게 해주는 것은 인륜의 부르짖음이기도 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실정은 그 호응이 아주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우리 나라 가족제도와 혈통유지를 중시하는 의식구조, 고아에 대한 나쁜 고정관념, 입양시책 및 절차의 복잡성 등이 겹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나라에서 새삼스럽게 불우 어린이 돕기 결연 운동이 강조되고 있는 까닭은 지금까지 외국인 및 외국기관에 크게 의존했던 고아양육사업 재원이 차차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젠 우리 국력도 불우한 어린이들을 우리 스스로 보살필 수 있을 만큼 신장되었다는 각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사회의 정신문화의 성숙도와 건강도는 「최약자」를 어떻게 처우하는 가에 따라 평가된다고 할 수 있다.
최약자로서의 고아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일은 형제애의 발로요, 동포로서의 임무일 뿐 아니라, 나아가 청소년범죄를 예방하는 주요한 사회 정책적 의미도 갖고 있음을 바로 인식해야한다.
현재 4백25개의 아동시설에 투입되는 연간 77억 원의 지원비 중 25.9%를 외국인 및 외국기관이 지원하는데 비해 국고지원은 양곡지원으로 겨우 20%, 지방자치단체에선 28%를 뒷받침할 뿐이고 기타 국내모금과 독지가들의 후원이 6%밖에 안 되는 부끄러운 상태이다.
정부당국을 비롯한 국민의 관심이 이토록 소홀하니 원생들은 하루 식비 1백5원, 한끼에 35원 꼴의 밥 한 그릇·된장국 한 사발의 식사를 해야하고, 의무교육인 6년 국교과정을 마치면 극소수를 제외하고서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진학을 포기해야하며 18세가 되면 싫든 좋든 정들었던 고아원의 문을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의 응달에서 사랑에 굶주리고 따뜻한 인정을 갈구하고 있는 이들 집 없는 천사들에게 훈훈한 보살핌을 주어 내일의 새싹으로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본사는 이번에 『불우 고아 후원금 모금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기로 한 것이다.
뜻 있고 보람된 이 애정확대 사업에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빈자일등」의 정신으로 적극 호응해주기를 기대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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