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맥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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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매일 4천3백만명이 찾는 업소/ 연인원 1백만명을 고용하는 거대 기업/지금까지 1천억개 이상의 햄버거를 판 회사/ 미국 대사관보다 자주 반미(反美)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되는 곳.

1백21개국에서 2만9천여 매장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다. 미국 언론인 에릭 슐로서는 자신의 저서 '패스트푸드의 제국'(국내 출판 에코리브르)에서 맥도널드를 영화.청바지.팝과 함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수출품이라고 평 했다. 사회학자 벤저민 바버는 이 회사가 전세계에 퍼뜨린 패스트푸드 문화를 '맥월드(Mcworld)'라고 불렀다.

맥월드는 60년 전쯤 캘리포니아에서 레스토랑을 차린 리처드 맥도널드 형제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 '웨이터.요리사.포크 등을 없애 비용을 줄여 보자 '.결국 공장 조립라인을 주방에 옮겨놓고 햄버거만 만드는 음식점을 차렸다.

지붕에 큼지막한 황금색 M자(字) 모양의 간판도 세웠다. 1955년 믹서 판매업자인 레이 크록이 레스토랑 영업권을 사들여 체인화해 지금의 맥도널드가 됐다. 저임금 생산과 대량 소비구조의 패스트푸드 문화가 태어난 것이다.

맥도널드는 일찌감치 세계 경영에 나섰다. 미국식 맛.기업 관행으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차례로 공략했다. 현재 하루 평균 5곳의 매장이 생겨나는데 4개가 미국 밖에서 개점할 정도다. 하지만 '맥도널드=미국'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화에 따른 수난을 겪고 있다.

1999년 미국 공군기가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을 오폭했을 때 베이징(北京)에서 10여개의 매장이 습격당했다.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채식주의자나 환경운동가의 공격도 자주 받고 있다.

외국의 반감을 무마하기 위해 맥도널드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전략을 쓰고 있다. 음식 재료를 되도록 그 나라에서 사 쓰려 한다. 인도에선 육류를 기피하는 식성을 고려해 야채만 넣은 햄버거를 내놓기도 했다.

이라크전 이후 런던.파리.취리히 등지의 매장 앞에서 연일 반미 시위가 한창이다.멕시코시티에선 '햄버거 하나는 미군의 탄알 한발'이라는 구호가 나왔다.

며칠 전 국내 환경단체 회원들이 맥도널드 대형 간판에 올라가 기습 시위를 벌였다. M자 밑에 'AD WAR'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어놓고 '미친 전쟁' 이라고 외쳤다. 햄버거 제국, 맥월드의 신화는 계속될까.

이규연 사건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