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영 여류 작가 「머도크」 새 작품 『언어 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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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근년에 이르러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등장한 영국의 저명한 여류 작가 「아이리스·머도크」 (56)가 최근 그의 17번째 소설 『언어 왕』 (원제·The Word Child)을 출간, 평가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사르트르」에 관한 논문 『「사르트르」, 낭만적 합리주의자 (53년)가 첫 저서인,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머도크」의 작품들은 모두 깊은 사상성을 지닌 난해한 작품들인데 이번의 『언어 왕』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머도크」의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작품으로 부각되고 있는 까닭은 「머도크」가 이 작품을 통해 전혀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작품의 제목은 독자에게 깊은 암시와 당혹감을 준다. 이 소설의 주인공 「힐러리」는 언어의 단단한 문법 구조 속에서 인생의 무작위성과 우연성으로부터의 도피를 꾀한다. 말하자면 그는 언어에 미쳐버림으로써 삶의 허무를 떨쳐버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비평가들이 『언어 왕』의 주인공 「힐러리」를 가리켜 「도스도예프스키」가 구현한 『지하 인간』의 20세기적 변형이라고 지적한 것은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힐러리」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인간』과 마찬가지로 병적이며 악의적인 인간이기는 하지만 그가 「피터·팬」에 나오는 『있을 수 없는 세계』를 찾는 것은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갈망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피터·팬」은 『언어 왕』의 중요한 상징이 되고 있다). 머도크 작품의 특징은 그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을라 구』하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하지만 그런 사람은 있어』라고 수궁케 하는데 있다. <미 「미즈」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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