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학 종교 교육 꼭 규제해야 하나|엇갈린 주장…이것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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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고교가 평준화되면서 특수 건학 이념에 따른 종립 사학들의 종교교육 문제는 당국의「평준화시책」과 많은 갈등을 빚어 왔다.
최근 공화당과 유정회는 종립 중·고교의 종교교육이나 각종 종교행사를 정규수업시간 중에 실시하지 못하도록 정부측에 강력한「규제」를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정책위는 현재 종교계통의 중·고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법회·「채플」(예배)등의 종교 의식이나 불경·교리 수업 등을 과외활동으로만 허용토록 건의하는 한편 필요하면 관계법령도 개정토록 할 예정이다.
여당정책위의 한 간부는 24일『종교재단이 설립한 사학이라도 학생들 의사에 관계없이 정규수업시간 중 성경이나 불경 등을 통한 종교교육을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 『특히 고교 무시험 진학제도의 실시로 학교선택의 자유가 없어진 현황에서 획일적으로 학생들에게 성경이나 불경을 가르치는 것은 시정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여당의 방침에 대해 종립 학교 설립자나 일선 교육자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영숙 이대부고 교장은『종립 학교의 종교교육은 학생들의 인격교육을 위한 하나의 학습 활동이지 결코 어떤 특정 종교의 선교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다』면서 종교교육의 규제 방침을 통박했다.
김 교장은 또 교회의 예배와는 그 성격이 다른 종립 학교의 종교교육은 중요한 교육「프로그램」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신자가 아닌 학생에 대한 불평등은 운영의 묘만 살리면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는 김 교장은 이대부고의 경우「성경시간」을 문제토의나 독서토론 등 좀더 폭넓은 시간으로 활용하면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종교의 교훈을 심어 인간교육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익 명성여고 교장은『오늘의 척추 없는 윤리를 바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많은 종교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종립 학교의 종교교육규제는 사립학교를 완전 공립화 하겠다는 이야기밖에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사립학교고유의 건학 이념이 고려되지 않고 학생의 선택 의사가 전혀 배제된「컴퓨터」추첨으로 학교를 배정해 놓고 헌법상의 종교 자유만을 내세운다는 것은 전후가 바뀐 모순이라는 것.
그러니까 몇 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통해 학생들의 종교의식이 사실상 그렇게 뿌리가 깊어지는 것도 아니라면 일단 획일적인 배정을 받은 이상 최소한의 학교설립 이념에 따른 종교교육이나 행사는 감수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교육과정을 위배하지 않는 한 종립 학교·종교교육은 학생들의 도덕관의 올바른 정립과 부재현상의 인간교육을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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