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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 탈피 자유체제를|4차 5개년 계획 풀어야 할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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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장기경제개발계획을 만드는 것은 종합적인 개발전략을 마련해 모든 경제정책의 구심축을 삼자는데 뜻이 있다.
따라서 장기개발 계획의 기본방향은 모든 부문별 시책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개발계획집행실적을 보면 부문별 성과에 집착하여 기본 방향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많았다. 2, 3차 계획에서 식량자급과 국제수지개선을 목표했지만 실제집행에서 크게 존중되지도 않았고 또 만족할만한 실적을 거두지도 못한 것이 좋은 예다.
애써 만들어놓은 개발전략보다 섬광 같은 영감과 고전에 의해 정책의 근본을 수정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4차 5개년 계획은 자립경제·사회개발·기술혁신과 능률 향상을 기본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까지 성장일변도로 치달아 온 것을 한숨 돌려 국민생활의 향상에도 배려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전략은 아무래도 성장의 질주에 밀리기 쉽다. 4차 5개년 계획상의 연평균 성장율 9%는 이제까지의 고도성장의 관성에 비추어 갑갑할 것이다. 따라서 4차 계획은 9%의 성장을 달성하는 것보다 9%보다 높아지려는 성장을 누르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성장율을 억제하는 것은 높이는 것보다 훨씬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성장율을 높이면 아무래도 물가·국제수지 등에 무리가 오고 이는 자립구조의 확립과 사회개발에 주름이 갈 것이다. 성장율이 높을수록 좋다는 기성관념도 타파되어야 한다.
4차 5개년 계획은 9% 성장의 전제아래 해외저축의존의 대폭축소와 무역수지의 획기적인 개선을 목표하고 있다. 외채에 의한 고도성장을 무한정 계속할 수는 없으므로 매우 타당한 방향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타당한 원론이 실제「프로젝트」에 적용될 땐 아무래도 흔들리기 쉽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기 쉬울 것이다.
개발계획의 기본방향이 개별「프로젝트」의 추진에 적용되지 않으면 4차 5개년 계획의 화려한 구호도 희망의 나열에 그치기 쉬울 것이다.
국내저축율을 75년의 18.1%에서 81년에 24.9%로 올리고 경상수지를 75년의 19억「달러」적자에서 81년의 1천1백만「달러」흑자로 바꾸려면 대단한 인내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부문별성과의 유혹을 물리치고 장기개발계획의 기본전략 위에서 정책조정과 사업의 선후순위를 가려가야 할 것이다.
4차 5개년 계획의 성공적인 수행은 범국민적인 협조와「컨센서스」가 있어야 한다. 이는 개발혜택의 확산·합리주의의 팽배·물가안정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특히 물가안정은 국내 저축의 제고나 국민생활의 평균적인 향상, 또 창조와 능률의 향상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에 대한 신뢰감회복을 위해서도 안정기조의 견지는 긴요하다.
끝으로 4차 5개년 계획집행에 있어서의 정부의 역할도 한번 재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 이제까지 1∼3차 계획은 정부 주도아래 촉진되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미 우리 경제는 양·질 양면에서 비대해져 정부가 계속 목자적 역할을 하기가 벅차게 되었다. 따라서 4차 계획에선 정부는 민간이 창의적인 활동을 합리주의의 바탕 위에서 할 수 있는 기틀만 잡아주고 정부가 스스로 같이 뛰어드는 일은 점차 줄여가야 할 것이다.
자유경제체제의 장점을 최대로 살려야 하며 정부의 개입으로 일이 오히려 혼란 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4차 5개년 계획의 이상이나 목표는 나무랄데 없이 좋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각고의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 내에서나마 전부 일치로 합의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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