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UN 대사와 제네바 대사가 말하는 국제사회 속 한국 이슈 들어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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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과 스위스 제네바는 두 곳에 나뉘어져 있는 유엔의 심장으로 불린다. UN본부와 다양한 국제기구의 본부가 자리하고 있기에 1년 내내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UN의 심장부에서 각기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오준(59ㆍ외시 12회) 주 유엔 대사와 최석영(59ㆍ외시 13회) 제네바 대표부 대사에게서 국제사회 속 한국 이슈를 들어봤다. 재외공관장 회의차 귀국한 두 사람은 지난 3,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북한인권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북핵 이슈 등에 대한 전망과 해석을 내어놓았다.

최석영 대사

최 대사는 우선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정작 한국에서 너무 낮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 대사는 “마이클 커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무관심과 젊은층의 분단에 대한 낮은 인식을 이해를 못하겠다고 몇 차례나 이야기를 해서 부끄러웠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이야기도 했다. 그는 “2월 17일 COI보고서 발표 이튿날 아프리카 보츠와나 대통령이 긴급 각의를 소집해 19일 북한에 단교를 통보했다”며 “인권유린 자행국가와 수교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국가보다 북한 인권 감수성이 무딘 한국에 던지는 쓴소리였다.

두 사람은 당장 안보리가 북한 최고지도부를 국제사법재판소(ICC)에 회부할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 COI 보고서가 역사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오 대사는 “안보리가 결론을 못내리면 UN총회 결의를 통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아리아 방식의 회의를 통해 비공식적으로라도 제소 논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아 방식(Arria Formula)이란 안보리의 비공식 회의 체제다. 이사국 간에 대립이 심한 안건을 논의할 때 주로 활용된다. 말하자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장외 끝장 토론’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차선책이 추진되는 것이다. UN안보리는 오는 17일(뉴욕 현지시간) 미국과 호주, 프랑스 3국 주도로 아리아 방식의 회의를 열 예정이다.

최 대사도 “현실적으로 안보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지만, 장래에 안보리가 북한문제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오면 바로 이 보고서와 결의안이 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I 결의에 따라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추진하는 현장기반조직이 수립된다면 지속적으로 북한에 도덕적,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과 대북 제재에 관련한 언급도 있었다. 오 대사는 “북한 미사일 문제로 지난주에 안보리 언론성명이 있었다”며 “북한 미사일 문제가 더 큰 도발이나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데 안보리 이사국 전체가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4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해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강한 경고를 하고 있기에 반드시 그런 패턴(4차 핵실험)이 반복된다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 오 대사는 “제재는 장기적인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며 “미사일 수출 및 수입을 금지한 것은 북한 입장에선 돈벌이가 막히는 효과가 있고 동시에 부품의 수입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핵ㆍ미사일 개발에도 한계가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준 대사

오 대사는 금강산 관광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상 ‘벌크 캐시’ 반입 금지 조항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서는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에 문의가 오거나 제재위가 먼저 판단할 수는 있다”면서도 “현재까진 제재위에 문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금강산 관광이) 제재 결의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질의도 오갔다. 최 대사는 지난달 25차 UN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작심하고 제기했던 기조발언을 언급했다. 그는 “윤 장관의 기조발언은 역사적 발언”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 외교부 장관이 유엔총회 등에서 군대위안부 문제를 간략하게 언급한 적은 있지만 종합적으로 한국정부의 입장을 정리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일본은 역사수정주의적 모습을 보이면서도 지도자(아베 신조 총리)가 유엔 연설에서 전시여성폭력에 대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주장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제사회가 일본의 역사교육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과 EU, 호주, 네덜란드 등에서 일본의 차세대가 여성 인권 유린 등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역사교육을 제대로 시키라는 권고사항을 만들어 두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사는 “권고 사항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적, 윤리적 압박을 통해 일본에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월말 안보리 공개토의에서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를 공개비판했던 오 대사도 “일반적으로 국제평화와 안보를 다루는 안보리에서 역사인식을 논의하지는 않지만 당시 일본 지도층에서 역사 수정주의적 발언이 있었기에 우리 시각을 종합적으로 밝혔다”며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해가 없는 국가들도 국제적 문제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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