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동양의학연구「붐」|미 의학계 돌아보고 온 김두종 박사에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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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에 약1년 간 머무르면서 각 도시의 의대를 돌아본 소감으로는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지난 5년 전에 갔을 때보다 상당히 높아진 것을 느꼈다. 침술이나 한약 등에 대한 일반의 호기심은 물론 전문 학술적인 면에서도 자주 강연을 요청 받기도 했었다.』
최근 미국의 학계를 돌아보고 귀국한 김두종 박사(80·의사학·서울대 명예교수)는『중국의학 사』(「피에르·화」·「밍·윙」이 공저)『중국의학고금강론』등 수백 종의 동양의학 서적들이 수도 없이 많이 번역돼 연구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중국의학 관계서적은 아직 한방이 확실한 이론체계가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의술에 대한 평가보다는 이를 과학화하는데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닉슨」전대통령이 중공을 방문할 때 침술치료를 받은 후에는 침술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격증, 중국의 침술이론이 발달한「프랑스」로부터 더욱 과학화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연구열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의과대학에 본격적인 동양의학과정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미국의 도서관마다 중국·일본의 전통의술에 관한 원서와 번역서가 많은 데 놀랐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주로「필라델피아」시에 머물렀지만 10여 개 도시의 대학에서 한미의학교류 관계와 한국의학 사에 대한 10여 차례의 강연회도 가졌었다.
『현재 미국에는 4천 여명의 한인의사가 한인의사회를 구성, 강력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기초의학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기 때문에 대학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의학수준을 묻는 의학자들이 제일 많았다.』동양의학에 대한 관심 외에 의학과 관련한 사회학·사상·역사 등의 연구가 활발한 점도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각 대학마다 의사회 학·의학철학·의학 사 등의 강의가 개설돼 있어 의사가 치료만 하는 기술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대의 교육노력에도 불구, 학생들은 돈벌이가 잘되는 임상의학에만 몰두, 기초의학은 힘쓰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학계가 치료 면에서는 세계제일이지만 기초의학에선 독일에 뒤지는 원인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의학서적만을 취급하는 전문도서관 제도는 부러운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동서의학서적은 물론 과학일반에 대한 서적을 함께 비치, 의학과 인접학문인 화학·생물 등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집된 자료는 아직 정리가 안된 상태지만 서적이 2백여 권이고 기타 동양의학관계의 희귀본을 수십 권 복사해 왔다고 한다. 이중 과학으로부터 야기되는 사회문제를 다루는 과학사회학관계 서적은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수집해 온 자료를 정리할 계획이다. 그 다음 과학사·과학철학·과학사회학 등에 관심 있는 학자들과 함께 이들 서적을 번역, 우리나라 과학도서의 체계를 세워 놓고 싶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가 최신 과학정보에 너무 어둡다면서 여생의 목표를 후배나 제자들이 쉽게 책을 볼 수 있도록 과학도서를 체계화하는데 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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