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희망·모범청소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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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훌륭한 청소년은 미래의 희망이다. 그러기 때문에 청소년을 훌륭하고 건전하게 키우는 것은 사회전체의 크나큰 책임이다.
내무부가 뽑아 대통령의 표창까지 받은 제13회 모범청소년 12명은 그들의 착한 마음씨와 훌륭한 행실로 1천만 우리 청소년들의 귀감이라 해서 지나침이 없지만, 이들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청소년을 더욱 훌륭한 시민으로 키우는 사회적 책임이 차대에 더욱 강조돼야 겠다.
보도된 바와 같이 이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스승을 존경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가정에선 부모를 공경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착한 행실로 칭찬을 받았다.
개중에는 또 울퉁불퉁한 길을 다듬고, 우체부들 대신 늦는 편지를 빨리 전해주는 알뜰한 마음씨를 가긴 어린이도 있다.
심지어는 고아의 몸으로 자신은 학교에 다니지도 못하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에게 학비를 도와준 모범소년도 있다.
이들은 대개 어려운 환경, 불우한 처지를 극복하고 자신의 충실로 전도를 개척했을 뿐 아니라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선행의 모범까지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비록 어린 청소년들일 망정 퇴폐풍조가 풍미하는 이 시대에 있어서도 의연히 인간의 가치와 삶의 본질을 지킬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한 가닥 청풍이요, 미래의 희망임에 틀림없다.
이에 비하면 비교적 좋은 환경 속에 사는 동년배의 많은 청소년들이 어지러운 사회풍조에 휩쓸려 범죄의 유혹에 빠지거나 자신을 해쳐 문제아로 등장하고 있음은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75년에만도 청소년범죄자는 6만명에 이르렀으며 강도·살인·폭행 등 범죄의 질도 흉포화·집단화의 추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그들 나이에 걸 맞는 순수성을 유지하고, 불의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으며 착하려는 의지를 지켜 간다는 것은 단순히 훌륭하다고 하기보다는 고귀하고 위대한 것으로 찬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선행을 고무하는 한편에서 우리는 또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이른바 불량청소년들의 문제를 다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문제청소년들의 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증가율도 성인범죄울 증가보다 현저히 큰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제고돼야 하겠기 때문이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도시화·산업화의 사회격동 가운데서 범죄의 유혹에 방치된 채 따뜻한 사랑의 훈도에 굶주려 있다.
불우 청소년들은 특히 올바른 수용시설과 보호제도의 미비로 사회에서 버림받고 있으며 범죄 예비자로 전락하기 일쑤인 것이다.
이들이 자기의 불우한 여건을 극복하고 선량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환경 조건이 개선될 기미는 아직도 미약한 것이다.
실상 우리의 사회환경은 오늘의 선행 청소년들이 앞으로도 계속 삶의 고통을 견디어, 자신의 선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살펴 줄만큼 선의적인가 조차를 다시 한 번 생각케 할 만큼 메말라 있다면 과언일까.
오늘의 청소년들은 대체로 옳고 그른 것의 표준, 상징적 가치, 성공에 대한 보장을 믿지 않는 정신상황 하에서 자라고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는 지금 뭇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제요인들을 제거하고 모든 젊은이들이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으로 옳고 그른 것의 기준을 밝힐 줄 알며 참되고 착한 심성·행동만이 개인의 성취와 국가의 강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터득할 수 있는 기풍을 진작해야 한다.
모범청소년들의 착한 마음씨와 행실을 쓰다듬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모든 성인들이 앞장서서 청소년들을 건전하게 키울 수 있도록 사회환경을 바르게 하는 것이 더욱 긴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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