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매긴 재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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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무행정에 완벽을 기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누구든 세금 내는 사람이면 한번쯤은 자기 세금이 억울하게 많지나 않은지 의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납부마감일을 며칠 앞두고 있는 올해 1기분 재산세에 관한 한 착오와 불공평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호소는 대부분의 경우 세무행정의 미비나 자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재산세의 말썽은 그 유형은 대충 두 가지로 구별될 수 있으나 우선은 너무 많이 올린다는 불평이 압도적이다.
재산가치에 비례하는 세금이므로 가치가 높아진 만큼만 세금을 더 물어야 한다면 이런 불평이 나올리 없다.
문제는 많은 주민들이 소유재산의 값은 그다지 안 올랐는데 세금만 너무 오른다고 느끼는 일이다. 물론 개중에는 증세에 대한 보편적인 불만이 과장되는 경우도 있을 테고 재산세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의 문제지 2년 동안 3배가 넘게 세금을 한꺼번에 올리는 판국에 누군들 지나치다는 생각이 안 들겠는가.
과세자인 지방행정 당국으로서는 부동산 과세표준 시가나 토지·건물등급을 과세근거로 제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표를 정하는 일도, 등급을 매기는 일도 모두가 법률이 아닌 행정의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현실에서 이 같은 과세근거의 제시만으로는 높은 재산세가 모두 납득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제도아래서는 오로지 과세자의 공평하고 엄정한 재산평가 능력과 성실한 집행자세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재산세 운영실태로 미루어 볼 때 과세자가 충분히 공정하고 정확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다. 그것은 주로 재산세 운영을 너무 증세위주로만 펴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과표의 대폭적인 인상이나 등급을 과격하게 조정한 것이 비록 세수증가에는 기여했을지 모르나 재산세 체계의 합리화에는 별다른 진전을 못 보인 점에서 그렇다. 결국 현행 재산세 체계를 전제로 한다면 모든 행정차원의 재량권이 앞으로도 계속 증세의 편의를 위해서만 발휘될 소지가 너무도 많다. 이 점에서는 나머지 각종 지방세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과표나 등급적용 과정에서 착오가 너무 많은 점이다. 이것은 행정능력의 미흡을 의미한다. 헐린지 오랜 건물에 고지서가 발부된다든가 건물용도의 적용에 터무니없는 착오가 생기는 일은 모두 재산세 행정의 난맥을 입증하고 있다.
아무리 일손이 모자란다 해도 과세대상건물을 실사조차 않은 채 가옥대장만으로 과표를 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막중한 주민의 세금이 일선 구청세무공무원의 책상 위에서 자의로 정해지는 과정을 상상해 보라. 재산세와 관련된 이런 불합리나 불공평들은 결국 현행 제도의 모순과 세무행정 능력의 부족을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은 현행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룩되어야 한다. 이미 국세와 비견될 만큼 비대해진 지방세에도 법적인 규제의 폭을 넓혀야 한다. 과표의 결정이나 등급사정에서 개입할 수 있는 행정의 재량권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세목이나 세율구조도 현실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부당한 과세를 재심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 현행 재심사기구는 형식적이며 행정적이다. 이런 여러 당면문제들을 장기적 안목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지방세 심의기구의 운영이 소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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