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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대신 여행의 추억 파는 회사 하버드가 주목한 ‘신칸센 7분 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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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호 01면

지난달 20일 오전 11시 정각. 도쿄역 20번 홈으로 신칸센 ‘나스노(なすの) 270호’가 들어온다. 플랫폼 바닥에 표시된 황색 안전선 밖으로 붉은 유니폼을 입은 스무 명 남짓 사람이 줄을 맞춰 신칸센을 맞이한다.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이들은 열차가 다가오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깨엔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둘러멨다. 이들이 쓴 모자는 계절에 어울리는 벚꽃 모양의 핀으로 치장돼 있다. 열차가 멈춰 서자 가방에서 큰 비닐을 꺼내 들고 승객들이 내리는 출구로 다가갔다. ‘오쓰카레 사마데시타(고생하셨습니다).’ 비닐을 쫙 편 채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자 승객들은 손에 들고 있던 쓰레기를 비닐 속에 집어넣었다. 드디어 하차 완료, 이들은 열차에 오르더니 ‘승차 준비 중입니다’라는 팻말을 출입구에 내걸었다.

[중앙SUNDAY 르포] 일본 신칸센 청소회사 ‘텟세이’의 작은 기적

이들의 퍼포먼스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7분간의 신칸센 극장’으로 불리는 이들의 퍼포먼스는 다름아닌 신칸센 청소작업이다. 열차 안으로 뛰어든 이들은 JR동일본(동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의 청소담당 자회사인 ‘텟세이(TESSEI)’의 직원이다. 그런데 왜 7분인가. 통상 도쿄역에 들어온 신칸센이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12분이다. 오전 11시 정각에 도착한 나스노 270호도 11시12분 후쿠시마(福島)현 고리야마(郡山)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12분 중 승객들이 내리는 2분과 승차 3분을 뺀 시간은 7분 안팎, 이 시간 안에 10량이나 16량의 신칸센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 이들의 미션이다.

취재팀도 20대 후반의 직원과 함께 7호차에 올라타 그가 벌이는 7분간의 청소 쇼를 직접 ‘관람’했다. ‘먼저 25m 길이의 객실 중간 통로를 걸으며 좌우 100개 좌석을 살핀다. 좌석 앞주머니와 의자에 남은 쓰레기를 바닥에 떨어뜨린다→자동 좌석 회전기로 좌석 전체를 출발 방향으로 돌린다→좌석 등받이 테이블을 펴 헝겊으로 오물을 닦아낸다→이때 닫혀 있는 창문 블라인드는 열어젖힌다→통로에 모아둔 쓰레기를 빗질로 모아 버린다. 오물이 있으면 물걸레로 닦는다→더러워진 좌석커버가 발견되면 교체한다→상급자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작업이 끝난다’.

순식간에 이뤄진 작업을 휴대전화 스톱워치로 측정해 봤더니 6분30초 남짓. 청소를 완수한 7호차 담당자는 “상급자의 오케이 사인을 기다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통상 5분30초 정도면 작업이 완료된다”며 “신칸센 배차가 늘고 손님이 크게 몰리는 휴가철에는 4분 안에 모든 작업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11시20분발 이와테(岩手)현 모리오카(盛岡)행 신칸센 ‘하나부사(はなぶさ) 15호’에 따라 올라 시간을 재봤더니 이번엔 6분20초, 또 다른 신칸센도 6분40초로 비슷비슷했다.

10량으로 편성되는 통상의 신칸센은 1개팀 22명이 담당하고, 16량 신칸센엔 2개팀 44명이 달라붙기도 한다. 도쿄역에선 하루 2교대로 모두 11개 팀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청소작업을 책임진다. 청소해야 하는 신칸센은 하루 평균 110대, 신칸센이 추가 배치되는 성수기에는 160대를 넘기도 한다. 한 팀이 하루 평균 신칸센 20대를 처리해야 하는 고단한 업무다. 좌석수로는 하루 12만 석이니까 단순 계산해도 1년 4380만 석이지만 고객들의 항의는 연간 5~6건에 불과하다. 야베 데루오(矢部輝夫)부장은 “얼마 안 되는 승객의 항의 중 대부분은 열차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JR동일본으로부터 ‘시간이 없으니 테이블 청소는 하지 마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경우”라며 “실제로 항의 비율은 제로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9p에 계속, 관계기사 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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