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 달라진 「브라질·아르헨티나」이민|파라과이 우회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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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상파울루=허준통신원】한국인의 남미이민이 최근 새로운 양상을 띠고있다. 「브라질」정부가한국이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목표로 한 한국이민들은 우선 손쉬운 「파라과이」로 일단 들어가 영주권 획득 동 자리를 잡은 후 제 3국으로의 길을 찾고있다.
따라서 「파라과이」는 한국인의 남미이민의 중간지대가 되고있는 실정이다.「파라과이」의「아순시온」공항에는 거의 매일 10여가구의 한국이민이 들어오고 있다.
「아순시온」에는 「파라과이」에 정착한 교포수 만큼이나 되는 유동 교포의 수가 많다. 현재 「파라과이」에는 약2천명의 교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중 적어도 반수는 유동교포이며 정확한 숫자는 교민회나 공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파라과이」가 이처럼 한국인의 남미이민의 유일한 창구가 되고 있는 것은 「파라과이」에서의 제3국 입국길이 가장 쉽기 때문.
게다가 「브라질」 정부는 지난 연초 주한 대사관을 비롯하여 「파라과이」 등 인접국주재공관에 관광 「비자」 발급을 엄격히 하도록 훈령, 여행 목적이 분명치 않은 한국인에겐「비자」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관광 「비자」를 받고 입국한 사람들이 그대로 「브라질」에 주저 앉는 이른바 불법체류자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
「브라질」이 한국이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과거 농업이민으로「브라질」에 온 한국인들이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미이민의 유일한 창구나 다름없는 「파라과이」이민도 「브로커」들의 농간으로 그렇게 손쉬운 것은 아니다.
즉 이민초청장은 재정보증등 일정한 요건을 구비하고 공관확인만 받으면 별다른 제약이 없지만 「브로커」 들 때문에 초청장을 손에 쥐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초청장 한장에 최저 5백「달러」에서 1천「달러」까지 오르내린다는 것.
지난 3월에는 「파라과이」이민청의 청장 이하 간부들이 모두 해직된 일이 있었는데 이 사건이 한국이민문제와 관련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다.
즉 내무장관이 한국인 1백가구의 이민을 허가해 주라고 해서 이민청장간에 말썽이 났었는데 이면에는 한국인 이민 「브로커」가 「파라과이」땅장사와 손을 잡고 좋지 않은 토지를 팔기 위해초청장 허가를 교환조건으로 내세웠다는 것.
「파라과이」교포들은 의류를 취급하는「벤데도르」(행상)등 의류상이 대부분. 이밖에 식료품·잡화상이 몇몇 있고 10여가구는 양계와 농장을 경영하고있다.
한국인의 남미이민은 63년「브라질」에 48가구 농업이민으로 시작되어 75년말까지 「브라질」 9천7백37명, 「아르헨티나」 2천5백50명, 「파라과이」 5천1백27명, 「볼리비아」 1천1백1명 등 모두 1만8천5백15명으로 집계됐으나 「브라질」에서와 같이 이민의 길이 사실상 막힌다면 앞으로남미진출은 더욱 힘들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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