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장 부인까지 수행하며 선거운동 하는 공무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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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관권선거의 망령이 지방선거판을 떠돌고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의 대변인을 포함한 공무원 12명이 강운태 시장을 위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2명이 구속되고 10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광주시 대변인은 인터넷 언론사 기자에게 건당 10만~15만원을 주고 강 시장에게 유리한 기사를 올리도록 했다고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광역자치단체에서 무슨 돈으로 상품 사듯 기사를 현금으로 일대일 교환했다는 게 수치스럽다. 더구나 현직 시장의 재선을 위해 시 예산을 자기 주머닛돈처럼 쓴 그 행동도 충격적이다. 불구속 입건된 다른 공무원들은 강 시장을 위해 당원 455명을 모아주는 선거 조직책 역할을 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당내 경선에 관여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관권선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구속된 강원도의 한 군수는 군 예산으로 노인회 행사를 주최한 뒤 소속 공무원들을 통해 700만원을 나눠주도록 했다. 충남 지역 한 기초단체의 비서실장은 현직 시장의 자서전 1500권을 무료로 배포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인구 50만 명이 넘는 수도권의 한 기초단체에선 주요 부서의 6급 계장을 비롯해 관계 공무원들이 시장도 아닌 시장의 부인까지 수행하며 동호회, 직능조직을 상대로 득표활동에 개입하고 있다.

 관권선거는 지방자치제도가 없을 때는 중앙정부 주도로, 지방선거가 도입된 뒤엔 현직 단체장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진행되다 요즘엔 일부 지방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이른바 ‘풀뿌리 관권선거’로 진화하고 있다. 사무관이나 서기관 진급을 앞둔 공무원들이 현직 시장·군수·구청장의 선거에 기여해 그 공적으로 차기의 인사 이익을 노리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한다. 대통령 선거 때 나타나는 중앙관료의 정치화, 줄서기, 편가르기가 지방권력의 이동기에 더 공공연하게, 훨씬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와 검경은 우선 지위와 예산을 이용해 관권선거를 자행하는 현직 단체장들을 찾아내 본보기로 철퇴를 가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인사 이익 등을 노린 일부 지방 공무원의 자발적인 관권선거에도 촉각을 예민하게 세우기 바란다.

◆4월 4일자 12면 ‘우리 군수님 잘했죠… 선거운동 뛰는 공무원들’ 기사와 5일자 30면 ‘시장 부인까지 수행하며 선거운동 하는 공무원들’ 사설에서 ‘광주광역시 유종성 대변인 등 2명이 인터넷 언론사에 기사 1건당 10만~15만원을 주고 강운태 시장에게 유리한 기사를 올리도록 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 시장 측은 “인터넷 언론사가 아니라 검색 관련 업체에 불리한 기사가 노출되지 않도록 요청한 것이며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을 뿐 실제 주지는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