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천안까지 자전거 통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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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등학교학생이 서울에서 천안까지 5백 릿 길을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고있다.
천안남고3학년5반 남성현군·(17·서울특별시용산구한강로1가246)은 상오7시면 자기가 경기용으로 타기 좋게 개조한 자전거를 타고 학교가 있는 천안을 향하여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남 군이 이렇게 총 연장95km의 국도를 자전거를 타고 매일같이 등·하교하고 있는 것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전직 때문이었다.
75년12월 남 군의 아버지 남기운씨(40)가 직장인 천안우체국을 사직해야만했다.
남군 가족 6명은 아버지의 일터를 쫓아 천안시원성동329번지서 서울로 이사했다.
남 군은 새학기가 돌아오자 천안만고에서 졸업장을 꼭 받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평소에 저축했던 돼지저금통을 열었다.
한푼 두 푼 모았던 돈이 1만3천 원이나 되었다. 남 군은 아버지에게 자전거로 통학할 것을 제의,5천 원을 더 얻어냈다.
그 길로 남 군은 중고자전거 1대를 1만8천 원을 주고 사들여 타기 쉽도록 경기용 자전거로 개조했다.
책가방을 자전거「핸들」에 걷고 2시간을 달려 학교 앞에 도착하면 자전거점에 자전거와 체육복을 벗어 맡긴 후 교복으로 갈아입고 교문을 들어선다.
그러나 장거리의 자전거 통학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서울에서 내려올 때는 관악산 고개에서, 천안서 올라올 때는 화성군합여면병점고개 등에서 일단 휴식을 취해야 할 정도로 숨이 찼다.
더구나 「페달」을 밟고 등·하교시간을 맞추려다「펑크」사고가 나거나 비·바람이 몹시 불어닥치면 등교시간이 늦어지고, 하학 길에도 자전거에「라이트」가 없어 여간 애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따금 등교시간이 늦어지자 학교목사로 있는 최광성씨(37)가 면담을 하해 자전거통학사실이 알려졌다.
중학교2학년 때부터 자전거를 배웠다는 남 군은 이제는 직접 자전거까지 고치고있어 수리비가 한 달에 겨우 5백원정도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남 군은 자전거 통학으로 익힌 실력으로 올해「사이클」대회에 출전하겠다면서 노력의 보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염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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