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왕위, 조 7단에 석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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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김경철 특파원】27일 상오 10시부터 일본 동경 「오오꾸라·호텔」 특별대국 실에서 벌어진 중앙일보·동양방송주최 한일 정상 교류대국 제1차 전에서 백을 쥔 조치훈 7단은 3백 2수만에 서봉수 왕위에게 3집 반 승리를 거두었다.
이날 대국은 초반에 서봉수 왕위가 흑 1, 3, 5의 호전적인 중공식 포석으로 기선을 제압, 흑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듯 했으나 양 3삼의 실리포석을 편 조 7단은 착실하게 흑의 세력을 삭감, 중반에 이르러서는 우열을 판가름할 수 없는 팽팽한 국면을 보여주었다.
종반에 이르면서 서 왕위가 차차 불리해지기 시작, 조 7단이 1백 28수부터 초읽기에 들어간 반면 1시간쯤 남겨놓은 서 왕위는 시간을 물쓰듯하며 신중하게 두어나갔으나 1백 46수에 이르러 흑 6점이 죽어서는 대세가 기울어졌다.
이날 서 왕위는 대국실의 분위기가 생소한 듯 담배를 자주 피워 물고 이따금 창밖에 시선을 던진 반면 조 7단은 심호흡을 깊이 하는가 하면 왼쪽 손으로 턱을 괴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제한시간이 각 3시간으로 하오 5시께 승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종반에 이르러 두 기사가 모두 제한시간을 소비, 초읽기에 몰리면서 1시간 반 동안 대국을 계속하여 6시 25분에야 종국 됐다.
계가가 끝나 서 왕위의 반면 2호를 남겨 3집 반 패로 결정되자 한동안의 침묵 끝에 서 왕위가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합니다』고 말했다. 조 7단은 몇 수의 무리한 수를 지적, 곧이어 두 기사는 다정한 모습으로 복기를 시작했다.
한편 이날 하오 2시부터는 본사 10층 연수실에서 김수영 5단의 해설로 대국실황이 중계, 5백여 명의 「팬」들이 경청했다.

<2일 두 대국 해설|TBC-TV서>
TBC-TV는 이날의 대국과 오는 5월 1일에 있을 대 소림광일 대국내용을 2일 상오 10시40분 TBC 왕위전 「프로」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관전평 4면. 관게기사 7면>

<실력 건실한 것 알아>
▲조치훈 7단=바둑내용으로 보아 상대의 실력이 건실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서 왕위와 직접 대좌해서 두어보니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한국에서 혼자서 공부하고 그만큼 실력을 쌓았으니 자기만 열심히 하면 혼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도 많이 배워 볼 가치가 있는 대국이었다. 끝나고 나서도 기분이 좋다.

<잔 승부 배워야겠다>
▲서봉수 4단=선전했으나 내가 힘이 부족함을 느꼈다. 이번 바둑에서 내가 유리한 것으로 생각된 때도 있었으나 조 7단이 잔 승부에 침착하고 끈기 있게 응수해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국내기사들은 바둑을 감각으로 두는데 잔 승부를 많이 하면 끈기가 생기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점온 나도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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