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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철조망 없는 사회」는 불가능한가|늘어가는 신종절도|경찰단속 강화되자 수법 도 지능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찰의 수사력과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도둑의 범행수법도 이에 맞서갈수록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간을 이용한 밤도둑이 많았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경찰의 야간일제단속을 피해 낮도둑이 성행한다.
법행 수법도 속임수를 쓰는 이른바 「사기절도」(사기절도)가 부쩍 늘었다.
며칠 전 서울B금은방에서 있었던 일. 약혼자인 듯한 20대 남녀 한 쌍이 반지를 사겠다며 들어가 진열장 안의 각종 반지를 모두 진열대위에 올려놓게 했다. 이들이 반지를 한창 고르고 있는 사이 전화 「벨」이 울렸다. 주인K씨가 가게 한쪽 구석에 놓인 전화대로 달려가 수화기를 들고 보니『3푼 짜리 「다이어」반지면 싯가가 얼마냐』고 묻는 한 여인의 문의전화였다.
K씨가 전화를 받고 돌아오자 반지를 고르던 남녀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며 돌아가 버렸다.
주인 K씨가 3돈 쭝짜리 금반지 1개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이들 남녀가 자취를 감춘 뒤였다.
범인들이 고객을 가장, 물건을 흥정하는 체하는 사이 다른 공범이 외부에서 전화를 걸어 범행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새로운 수법의 속임수 절도.
사기절도 가운데는 속임수 전화로 집주인을 집밖으로 유인한 뒤 범행하는 이른바「내보내고 채기」 ,화장실·전화 등을 빌어쓰는 체하여 물건을 훔치는 「빌어 채기」등 10여 가지의 새로운 유형이 있다.
3월20일 서울종로경찰서에 검거됐던 이병윤(29)은 이발소를 무대로 자신의 헌옷과 다른 손님의 새 옷을 바꿔 가는 방법으로 도둑질을 일삼아온 「바꿔치기 전문절도범」.
이는 지난해 12월30일하오6시20분쯤 종로구당주동S이발관에 들어가 세 발을 하고 나오는 길에 자기의 헌옷 대신 수금한돈 15만원이든 손님 박 모씨 (25·수금사원)의 가죽 「잠바」를 바꿔입고 달아난 것을 비롯, 같은 방법으로 세 차례나 도둑질을 했다는 것.
「호텔」의 열쇠를 모조, 투숙객을 털어 온 신종수법도 있었다. 지난달 11일 경찰에 잡힌 전과8범 임신환(21)은 전날 밤 맥주「홀」에서 사귄 김 모양(22)과 함께 W「호텔」805호실에 투숙, 다음 날 상오3시쯤 준비했던 열쇠로 801호실 문을 열고 들어가 잠자던 일본인 「다시로·지까히로」씨(22)의 팔목시계와 현금15만 「엔」등을 훔쳤었다.
임은 「호텔」방을 예약, 열쇠를 받은 뒤 시중에서2백 원씩 주고 똑같은 열쇠를 만들어 놓고는 예약을 취소하는 수법으로 10여 개 「호텔」의 객실열쇠를 입수했다는 것.
주택가에는 집수리나TV·냉장고 등 가정용품수리를 핑계로 침입하는 낮도둑이 많다.
3월6일 상오11시30분쯤 서울마포구연남동372의4 Y「맨션·아파트」나동 207호 이한식씨(42) 집에 TV 「애프터·서비스 맨」을 가장한 3O대 청년 2명이 침입, 혼자 집을 보던 이씨의 부인 박삼주씨 (40)를 빨래 방망이로 위협, 현금 44만원 등 62만원 어치를 빼앗아 달아났다. 며칠 전 냉장고를「애프터·서비스 맨」에게 수리시킨 일이 있는 이씨 부인은『TV손질을 해주러 왔다』는 청년들의 말을 듣자 의심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가 변을 당한 것.
이밖에도 졸고있는 사람의 소지품을 가로채는「졸음타기」상가에서 점원이 한눈을 파는 틈을 노려 상품을 훔치는 「한눈 채기」등등 도둑의 수법은 헤아릴 수없이 많다.
경찰은 최근 많이 사용되는 도둑의 수법 가운데 낮도둑과 야간주거침입 절도 외에 「한눈 채기」가5%,수금원가장동 「가짜행세」1%, 「빌어 채기」0.8%, 「내보내고 채기」0.7%,기타 술 취한 사람이나 노약자를 부축해주는 체하면서 금품을 훔치는 「부축빼기」수법이 0.5%로 점차 새로운 수법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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