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능 크낙새|소음으로 잃어버린 크낙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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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설악산·광능에 이어 크낙새(천연기념물제197호)의 제3의 서식처로 알려졌던 동구능에서 최근 크낙새가 자취를 감췄다. 한때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이 크낙새가 66년 설악산에서 발견된이후 광능·동구능에서 잇달아 발견돼 흥분에 들떳던 조류학자들은 이 크낙새의 행방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2일 동구능에 나가 크낙새의 잠적을 확인한 기희대 원병오교수는 설악산·광능에 비해 동구능은 소풍객들이 많아 이들의 소란때문에 서식처를 다른곳으로 옮거 버린 것같다고 말했다.
동구능에서 크낙새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4월 4일-.
6·25사변이후 처음으로 66년5월 설악산에서, 70년5월 광능에서 발견된 후 동구능에도 수컷 1마리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74년 7월 광능에서 번식하여 분가한것으로 조류학자들은 크낙새의 서식처가 서울도심지로부터 30km이내로 좁혀지자 큰 관심을 갖고지켜 왔다.
크낙새는 동구능 경내원능앞1백m 떨어진 숲속높이 8m쯤의 40년생 소나무에 직접 7cm의 구멍 5개를 뚫고 둥우리를 만들었다.
이 크낙새는 지난해가을까지 동구능을 하루도 떠나지 않고 날아다니며 『클라악, 클라악』 하는특유의 울음소리로 현지주민과 소풍객들의 인기룰 독차지했었다.
이같은 크낙새가 겨울을 넘기는 사이 자취를 감추어버린 것이다.
동구능관리사무소직원박창원씨(32)에 마르면 매일아침 관리사무소앞 50년생 물오리나무에 날아와 벌레를 쪼아먹던 이새가 지난해 11월 늦가을부터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동구능에는 공휴일이면 4, 5천여명의 소풍객들이 몰려 고성능「스피커」를 틀어놓고 술에취해 소란을 피우며 놀던 때.
더구나 크낙새의 둥지가 있는 원능앞 숲속에까지 단체 입장객들이 들어가 큰소리로 노래를 합창하는등 극성을 부렸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크낙새는 지난해 가을 한낮이면 종적을 감추었다가 하오 늦게 등지로 들아오곤 했으며 겨울이 되면서 아예 이곳을 떠나 버렸다.
크낙새의 잠적을 확인한 원교수는『모처럼 도심지 근접지 까지 날아온 희귀조를 사람 공해때문에 날려보냈다』고 안타까와 했다. 크낙새는 현재 설악산에 1쌍, 광능에 2쌍이있다.<정일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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