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 미나리' 울산서 키운다는 이 분, 대박 쳤다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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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권해옥씨가 직접 기른 미나리를 들고 있다.

농사기술 교환으로 두 지역이 잘살게 됐다.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에서 토마토와 고추 농사를 짓던 권해옥(59)씨는 2010년 3월 한재 미나리 특산지인 경북 청도를 찾았다. 자신의 밭을 찾은 지인으로부터 ‘땅에 습기가 많은데 한재 미나리를 한 번 키워보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듣고서다. 권씨의 땅은 조금만 파도 물이 고일 정도로 습기가 많았다. 물이 고인 논에서 재배해야 하는 미나리의 특성과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청도의 미나리 농가들은 재배 기술을 쉽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권씨에게는 나름대로의 전략이 있었다. 토마토 농사를 지으며 20년간 육묘장(育苗場·농작물 어린 모종을 기르는 곳)을 운영한 그는 토마토와 고추 재배법을 가르쳐 줬다. 어린 모를 길러내 수확하기까지 기술을 지도했다. 대신에 미나리 재배기술을 전수받았다. 권씨는 “외지인이 찾아와 무작정 미나리 재배기술을 알려달라고 하니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내가 가진 농사기술을 알려줬더니 ‘거래’가 성립됐다”고 말했다.

 울산으로 돌아온 권씨는 다른 농부 5명과 함께 2600㎡의 땅에 비닐하우스 4채를 짓고 청도에서 얻어온 미나리 씨앗을 심었다. 미나리꽝도 청도에서 배운 대로 만들고 우물도 파 물을 댔다. 태화강 상류에 있는 권씨의 밭은 맑은 물을 얻기에 좋았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첫 해 시범 생산한 미나리 280단(1단에 1만원)이 모조리 팔려나갔다. 친환경 미나리를 기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청도 한재 미나리를 그대로 옮겨온 덕에 향과 맛도 차이가 없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권씨는 미나리 비닐 하우스도 50채로 늘렸다. 농약은 치지 않았다. 2012년 매출액 3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억7000만원어치를 팔았다.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에 미나리를 납품했다.

 직거래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 주문도 받았다. 올해는 ‘미나리 파동’ 때문에 매출이 크게 떨어졌지만 미나리 가공식품을 만들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정부 지원을 받아 미나리를 즙으로 가공하는 공장을 최근 준공했다. 청도 농가들도 미나리 재배를 하지 않는 여름에는 토마토와 고추 농사를 지어 소득을 더 올릴 수 있었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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