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 유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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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 감격스런 사진을 처음 보고 생시에 형님을 대하는 듯 눈시울이 먼저 뜨거워졌읍니다. 장하고 통쾌하게 일하셨다는 민족의 긍지 때문에 새삼 감동이 컸읍니다.』
45년전 윤봉길 의사의 거사 현장 사진을 보며 그의 실제인 윤남의씨의 감격 어린 첫 마디다. 그 동안 세간에는 극히 단편적인 사진이 있긴 했어도(『독립혈사』박영랑 편저·1949년간)이번과 같이 그 전모를 헤아려 볼 수 있는 생생한 사진을 국내에선 도무지 찾아내지 못했었다고 한다.
폭탄을 투척한 직후 군화에 짓밟혀서 피로 얼룩진 윤 의사의 얼굴, 일본 해병의 총검에 싸여 연행되면서도 당당하고 만족스런 표정, 「넥타이」와「코트」에 중절모자까지 깍듯이 정장을 갖춰 지성과 신사다운 체모를 잃지 않은 몸가짐, 한편으로 전승기념식 단상의 수라장이 돼 가는 과정. 일본에서조차 스스로 수치스럽게 여겼음인지 이런 역사의 기록사진을 잘 내놓지 않던 것들이다.
『10여년간 국내와 일본의 친지들에게 두루 부탁해 찾아 왔지만 모두 허사였읍니다. 그런데 최근 우연하게 어떤 분이 최대의 선물이라며 전화가 걸려 왔읍니다. 참 다행입니다. 이처럼 실감나고 충격적인 장면을 다시 더 구할 수 있겠읍니까? 』
오는 4월(13∼18일) 신세계 미술관에서 베푸는 매헌 윤봉길 의사 유품전에 이 감격스런 자료를 함께 공개하리라 한다.
윤 의사의 유품은 72년에 보물563호로 일관 지정했지만 한번도 일반에 공개치 않았는데 유품전을 가진 뒤 향리인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의 충의각에 옮겨 진열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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