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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교복 디자인 개성·활동성 너무 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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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춘기 여학생들을 보면 발랄하고 상쾌한 청춘미가 넘친다. 그러나 학생들이 입은 교복은 제복이 갖는 강압적 통제 이미지 외에도 왠지 모르게 심신을 억제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최근 여학생 교복은 성인 패션 트렌드를 따라 세련돼 보이나 상당히 불편을 준다고 한다.

상의를 보면 대부분 재킷 형태로 지나치게 허리.가슴 라인이 몸에 꼭 맞아 성장기 학생들의 활동에 지장을 주는데, 이는 치마 길이에 맞추어 세련되게 보이려고 상의를 짧게 만들어 한창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지장을 주고, 또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찢어지거나 단추가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또한 대다수의 학교가 타이를 매도록 해 깔끔해 보이기는 하지만 너무 획일적이고 목을 압박해 뇌 발달과 혈액순환 등에도 좋지 않다.

치마는 플레어 스커트나 주름 스커트의 경우 활동은 편하지만 늘 바람에 신경을 써야 하고, 여름에는 상당히 덥고 안감이 말려 들어가는 단점이 있으며, 타이트 스커트는 너무 폭이 좁고 주름이 없어 활동하기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2003년 여성부는 일선 중.고교에서 여학생에게 치마만 교복으로 입게 하는 것은 남녀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하고 여학생들이 교복으로 치마나 바지 중에서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일선 학교에 권고했다. 여학생에게 치마만 입게 하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으로 여학생 교복이 반드시 치마여야 하는 합리적 이유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 이후 바지를 입는 여학생이 늘기는 했으나 실제로 치마가 불편하거나 추위를 피하려고 바지 교복을 입는 학생은 매우 드물다. 이는 여학생 교복이 치마에 맞게 디자인돼 상의와 바지가 조화롭지 못하고, 엉덩이와 다리의 곡선미를 살리지 못한 펑퍼짐한 디자인이어서 학생 스스로 바지 입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보온성을 고려해 바지를 입는 경우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갓 중학교에 입학한 여중생 정도다. 사실 요즈음은 고탄력 스타킹이나 타이즈가 있어 치마를 입고 코트를 입으면 그다지 춥지 않다고 한다.

여학생들은 여성미가 자리 잡아가는 고2 이상 되면 재킷의 길이와 품을 줄여 날씬하게 보이게 하며, 예쁘지 못한 바지보다는 다리맵시가 드러나는 치마를 입으려 한다. 또 다른 이유는 다른 학생은 치마를 입는데 일부가 바지를 입는 것은 신체의 약한 부분을 알리는 결과이기도 하다. 일부 학생은 교복을 변형해 입기도 하는데 개성이 강한 요즘 학생들은 교복을 자신을 표현하는 한 수단으로 생각해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다. 색상과 단추.주머니.트임 등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으면서 개성을 드러내길 원한다. 이는 튀는 아이들만의 특별한 문화가 아니고 사춘기 학생들의 시대적 코드(정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여학생 교복도 패션이므로 개성이 강한 신세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날씬한 라인을 유지하면서 기능성을 살린 스커트나 바지 교복, 특히 여름철에는 반바지나 퀼로트(치마바지) 등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되었으면 한다.

이세열 직지디제라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