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The New York Times

미국은 중국과 권력을 공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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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

지난 40년간 미국은 아시아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했다. 보다 강력해진 중국은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향후 아시아에서 미국이 수행할 역할에 대해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동중국해에 위치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벌이는 분쟁은 무력충돌을 쉽게 점화할 수 있다. 충돌이 발생한다면 급속도로 확대될 것이며 미국은 일본에 대한 군사지원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미국은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일본의 실효적 지배에 무력 시위로 도전하는 중국을 비난한다. “미국은 영유권에 대해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이 섬들이 일본의 행정 관할하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존 케리 국무장관은 말했다.

 미 정부는 미·일 안보조약에 따라 일본을 지원하겠다고 단언하지만, 중국은 이를 믿지 않는 게 분명하다. 미국이 물러서리라 보고 점점 더 노골적인 도발로 대립을 자초하고 있다. 중국 군함과 전투기는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면서 양국의 갈등 수준이 더 높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성명으로 미국의 정책 방향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면 동중국해의 위기 가능성은 경감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는 어떤 노선을 택해야 할까?

 무력분쟁 발생 시 일본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미·일 동맹에 대한 일본의 신뢰는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일본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미국 도움 없이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재무장하거나 중국을 역내 패권국으로 인정해야 한다. 미국의 다른 동맹국도 각자 새로운 선택에 나서고,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원하는 시나리오다.

 일본을 무조건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면, 미국은 통제할 수 없고 아마도 승리할 수 없는 전쟁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중국도 미국과의 전쟁을 원하진 않지만,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물론 중국 정부에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다. 그러나 리버럴(liberal)한 관료들을 포함해 어떤 중국인도 미국에 영원히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퇴양난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아주 나쁜 결과가 예상된다. 오바마 행정부가 선택을 어려워하는 게 당연하다. 엇갈리는 신호를 보내고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3의 길이 있다. 현상 유지를 위한 싸움을 하지 않는다고 중국에 반드시 아시아 패권을 넘겨주는 건 아니다. 더 많은 리더십을 중국에 넘겨줘도 미국은 힘의 균형을 맞추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으며,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을 통한 분쟁 해결의 포기라는 가장 중요한 규범을 포함한 국제관계의 주요 규범을 중국이 준수하도록 만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규범은 어떤 동맹보다 중요하다. 이는 1945년 종전 이후 미국이 비전으로 내세운 국제질서의 기반이다. 미 정부는 미·일 동맹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나 역내 질서를 바꾸려는 중국의 움직임보다 동중국해에서 중국이 이 규범을 공개적으로 무시할 의사가 있는지를 더 주시해야 한다. 이 규범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미국은 싸움도 불사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무력 사용 및 위협을 포기할 경우에만 중국에 더 큰 지역 리더십을 부여하는 역내 안보 질서 수립을 위해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

 중국이 계속 무력 사용을 위협한다면, 미국 또한 싸움에 나설 의지가 있어야 한다. 중국이 무력의 사용과 위협을 포기할 준비가 되었다면 미국은 권력 공유를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 두 경우에 대해 미국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권력 공유가 작동할지는 알 수 없다. 이는 중국 및 역내 다른 강대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1914년까지 100년간 유럽의 평화를 지켜준 유럽협조체제(Concert of Europe)가 최상의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는 강대국 간 평등과 권력 공유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했다.

 지금 아시아는 당시 유럽처럼 특정한 리더를 두지 않고 강대국끼리 패권 다툼을 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는 새로운 질서를 필요로 한다. 모든 역내 중요 사안은 동등한 강대국끼리 협상을 통해 결정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원하는 걸 주고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국의 대만 통제를 수용하고, 중국은 남중국해 전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포기를 수용할 수 있다.

 태평양 지역의 권력 공유는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 모든 미국 대통령에게 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엄청난 내부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상을 반대하는 미 강경파들은 중국의 커가는 야심을 해결할 방법이 선제적 외교 혹은 전쟁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제3의 방법은 현실주의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지금 당장 이 문제를 다루는 게 동중국해 중·일 무력충돌이 발생한 다음 수습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사실이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