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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은 '의료기관' … 요양시설은 '복지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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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과 요양시설(요양원)은 의료기관과 복지시설로 차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윤해영(효성요양병원·사진) 회장은 최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역할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차이점을 아는 국민은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비단 국민의 문제만이 아니다. 의료법에 따라 피난·방재시설 기준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소방방재청의 규제를 다시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정형외과병원 같은 의료기관에는 해당하지 않는 기준이 유독 요양병원에 적용되는 것은 요양시설과의 혼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노인 의료 전달체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역할은 다르다.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은 의료법이 규정한 시설·장비, 그리고 의료진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요양시설은 1주일에 한 번 방문하는 촉탁의를 두고 간병인만으로 운영한다.

 입소 대상자도 다르다. 요양병원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아급성기·만성기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반면 요양시설은 비교적 질환이 가벼운 경증 노인환자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종합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장기 재활치료와 약물처치를 받고 이후 집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가 필요한 노인장기요양보험 1, 2등급 환자는 요양병원으로 입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요양을 받는 것이 좋다. 반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3, 4등급 환자는 요양시설에서 수발을 받으면 된다.

 요양시설이 전국에 생겨난 것은 2008년 7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되면서부터.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11%를 넘어서면서 노인복지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0년 54만4000명이던 독거노인 수는 2010년 105만8000명, 2012년 118만700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독거노인 대다수는 지원 부족으로 건강과 소득, 사회적 관계에서 모두 취약하다.

 윤 회장은 “일본은 요양시설에 해당하는 시설 명칭을 양호원(養護院)이라고 부른다”며 “기능 차이에 대한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인 의료비 절감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개설 의료기관 수는 2600여 개로 이중 요양병원은 1265개다.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03%에 불과하다. 저렴한 진료비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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