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킷」들고 찾아낸 그리던 얼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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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마산=백시억기자】31년만에 일본 경도에서 조국을 찾은 이경수씨(50.경남진양군 진성면3촌리) 안숙희씨(52)부부는 29일 마산에 있는 이씨의 자인 안봉관씨(70.마산시 창동89)집에서 장인의 70회 생일을 맞았다.
이씨 부부는 아침상을 받고 장인.장모에게 만수무강을 비는 축배를 올리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안씨의 5남3녀중 장녀인 숙희씨는 남편과 함께 일가친척 30여명이 모인 넓은 마루에서 처 조카 안순정양(13)의 「피아노」반주로 부르는 『얼룩소』합창에 또 한번 기쁨의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씨부부는 한달전에 갖은 압력과 방해공작을 물리치고 호적을 조선적에서 한국적으로 바꾸었다는 것.
이씨부부는 처남 안종제씨(39.마산청년회의소 간부)의 편지와 설득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제주】조총련계동포 구정성묘단중 제주출신 2백71명이 27일과 28일 이틀동안 제주도에 도착, 30년~50년만에 부모.형제.친지들과 감격적으로 만났다.
공항대합실에서 환영객들은 재일 동포들의 얼굴을 몰라 이름이 적힌 「피킷」을 들거나 서로 이름을 부르기도 했고 오랜만에 만난 혈육들은 서로 부등켜안고 눈물을 뿌렸다.
제주에 도착한 재일동포중 최고령자인 김태봉씨(73.북제주군조천면교래리 출신.일본추전현거주)는 40년만에 형님인 김태옥씨(75)를 만나 그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었다.
【광주】구정성묘를 위해 모국에 온 김만수씨(56)가 27일 밤 광주에 도착, 시내 양림동에 사는동생 김삼수씨(46)집에서 어머니 김순월씨(82)등 가족을 만나 첫밤을 보냈다.
19세때 고향인 해남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37년만에 고국땅을 밟은 김씨는 『그동안 일본에서 토목업을 하면서 한밑천 잡은 뒤 고국에 나와 잘살아 보려던 것이 이렇게 불효를 했다』면서 5년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영정앞에 엎드려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이날밤 아들이 광주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에 온 어머니 김씨는 『이제 죽어도 한이없다』면서 아들 옆에서 떠날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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