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선소감|주여! 다만 인간안에 엎드려 글쓰게 하소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주여, 당신의 뜻 안에서 이루어주소서.』주여, 아름답지 도 않고「바이얼린」을 켤 줄도 모르고, 입곱살박이 아들놈보다도 그림을 더 못 그리는 게다가 잔뜩 수줍기만해서 남 앞에 나서길 죽기만큼이나 싫어하는 이 평범한 여자 속에 숨겨진 단 한가지 재질을 부디 당신의 것으로 누려주십시요.
그리고 주여, 다른 아무런 권능도 주시지 마시고 당신이 낼 수 없는 육성을 나의「팬」 끝에서 소리나게 하옵소서.
때때로 제가 입지 못하고 겪지 못한 아이처럼 추위와 허기에 떨며 울 때 주여, 부디 저와 가까이 만나주십시요.
당신이 내리시는 번갯불치는 영감속에서 남이 내가되는 완벽한 영적 체험의 이야기들을 쉴 사이 없이 적어가도록 도와주십시요.
인간을 행복하고 평화롭게 하는 일에 부디 저를 가담시켜주십시오. 남들의 오해와 편견에 굴하지 않고 세태의 바람조차도 쫓지 않는, 다만 인간 안에 엎드려 글쓰게 하여 주십시요.
◇약력▲62년「라디오·서울」50만원 고료 방송 소설『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당선
▲65년 고려대영문학과 졸업
▲74년 박계형대표작 전집출간(『회상』『동짓달그믐밤』『바람속의 눈동자들』등 전20권)
【편집자주】박계형씨는 이미 전작발표를 통해 작품활동을 해온 문인이지만, 작가로 인정받는 통념상의 관문을 거친 적은 없었다. 심사위원 (황순원·유주현·강신재씨)들의 중의에따라 그의 응모를 인정, 가작으로 선정하게되었음을 밝힌다. 박씨는 필명만으로 응모했으며 단편은 처음 발표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