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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고·미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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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단골 이발소주인 얘기로는 수년내 손님이 별안간 뜸해졌다 한다. 한달에 두번씩 깎던 손님이 한번씩 밖에 안 오게 됐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의 길이가 길어진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장발족의 유행에 어른들이 물든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학자 「마거리트·미드」에 의하면 어린이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본받아 가는 문화가 있다. 고교생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배우는 것도 이런 문화 속에서다.
「뉴요크」「헌터」대학의 어느 교수가 조사한 바로는 「뉴요크」시내의 고교생들은 8명에 1명 끌로 「알콜」중독에 걸려있다는 것이다.
특히 술은 차라리 마약보다는 낫고, 어디서나 입수할 수 있어 부모들도 묵인하기 쉬워 중독자의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드」여사에 의하면 또 반대로 젊은이가 시작하여 어른들에게 미치는 문화도 있다. 장발화의 경향이 그것이다. 「고고」춤도 마찬가지다.
「맥루헌」에 의한다면 「텔리비젼」을 비롯한 「매스·미디어」는 사람을 시각형으로부터 촉각형으로 바꿔놓고 있다. 그리하여 감각적인 새 문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이키델릭」음악이며 「고고」춤 또는 LSD는 모두가 이런 산물이다. 따라서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고고」음악과 환각적인 조명 속에서 광란의 춤을 10대가 즐기는 생리 그 자체는 반드시 탓할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요새 고교생들은 곧잘 「팝·뮤직」을 크게 틀어놓고 공부를 한다. 조용해야 책을 읽을 수 있는 어른들과는 다르다.
그만큼 생리가 달라진 것이다.
오늘의 10대는 완연히 다른 문화권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 서울시내 어느 「카바레」에서 6백여명의 남 여 중·고교생들이 모여 대낮부터 「고고·미팅」을 벌였다. 엊그제는 또 고교생25명이 다방을 빌어 음주쌍쌍 「파티」를 벌였다.
왜 이들이 탈선했는지는 짐작 못할 것도 아니다. 고교생이라면 한창 이성에의 호기심에 차있을 시절이다. 수험공부를 비롯해 이들을 억누르고 있는 각종 규제들로 인한 「스트레스」는 여간 큰 게 아니다.
이런 것들을 달리 풀 길이 없어 「고고·미팅」을 가졌다는 해석이 나올만하다. 그렇다면 덮어놓고 「고고 파티」며 쌍쌍「파티」만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일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쌍쌍「파티」에 나간 학생보다 그렇지 않은 학생이 더 모범적이라고만믈수도없을것이다.따라서단속과함께무엇이그들로하여금 「고고·파티」를 열게 만들었는지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서울시 교위는 「학생탈선」의 경우에 담임선생까지도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임은 오히려 학부형 쪽에 더 있을 것이다.
서슬이 퍼런 단속으로 한동안 고교생들의 「미팅」바람은 쑥 들어갔다. 그러나 언제 또 무슨 또 다른 형태의 「탈선」이 나타날지 그것이 염려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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