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가 10% 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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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내년의 주요 경제 시책으로 물가 안정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기획원의 「새해 경제 전망」은 내년 물가를 10% 안으로 안정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계속 진전되고 있는 현재의 「인플레」 추세가 이미 무역·국제수지의 애로 요인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는 처지에서 안정 정책의 추구는 불가피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안정 정책의 추구를 어떤 차원에서, 어떤 정책 수단으로 실현하는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이 일부의 주장처럼 전적으로 해외 「인플레」의 파급에 따른 「코스트」 측면에서 부각된 문제라면 별다른 「인플레」 대책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 기능을 유지한다는 전제라면 원가 상승 요인을 어떤 형태로든 일단 해소해 주거나 자체 흡수토록 하고, 해외 요인과 관계없는 국내 물가는 강력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인플레」는 여타 공업국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누적되어 온 수요 측면의 「인플레」 요소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유류 파동을 겪은 지 2년이 되는데도 아직 물가의 안정 기조가 바로 잡히지 않고 있음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물가 대책은 수요 측면에서의 조절기능을 거의 제한 받아 왔다. 이는 물론 개발 초기에 유행했던 「인플레」 정책의 후유증이기도 하다.
가장 강력하고 본원적인 「인플레」 대책으로 평가되고 있는 총수요 관리 정책은 지금까지 대부분 보완적인 역할에 머물렀을 뿐이고, 독립적인 정책 수단으로 활용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이는 주로 지나치게 적극적인 재정의 운용과·깊은 상관관계를 형성해 온 때문이기도 했다.
여러 차례 지적된 바와 같이 지난해나 올해의 대폭적인 물가 상승도 근원적으로는 그 동안의 통화 신용 정책의 허점과 밀접하게 결부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내건 내년도 물가 안정 목표는 단기적인 상승률 억제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플레」의 소지를 줄여 나간다는 원칙에 더 유의하기를 바라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종합적인 수요 관리가 가능하도록 재정·금융간의 균형 있는 긴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점 정부가 내년 총통화 증가율을 연 20%선으로 압축하겠다는 의욕을 표명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올해의 30%에 비해 매우 급격한 긴축이 될 것이므로 그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은 쉽게 짐작된다.
더우기 재정에서도 규모 자체의 팽창뿐 아니라 적지 않은 적자 요인까지 포함하고 있어 재정 「인플레」의 요소를 원천적으로 안고 있는 점도 하나의 애로가 될 것이다.
재정·금융간의 불균형이 효율적인 수요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는 올해의 경험을 살려 상호 조정에 더욱 큰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코스트」 압력에서도 몇 가지 문제가 없지 않다. 이미 지난번의 유가 인상에 따른 추가 요인을 반영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비료·철도·수도·석유화학제품 등에서 조만간 현실화되어야 할 부문이 남아있고, 일부 공산품에서도 추가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결국 이번 요인들은 단계적으로나마 현실화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그 시기와 순서를 합리적으로 조절하여 실질적인 파급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또한 물가 행정의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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