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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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는 위도 상으로 중위도에 위치한다. 이 지역은 온대성 기후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다. 그리 덥지도 않고, 그리 춥지도 않아 사람들은 계절의 「리드미컬」한 변화를 즐기며 살 수 있다.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면 인류가 밀집해 사는 지역은 서부 「유럽」·동부「아시아」·미국의 북동부 등이다. 여기는 모두 온대 지방에 속한다. 또 세계 상공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세계 대도시의 분포를 보아도 연평균 기온 10도C 안팎의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8∼14도C의 지역으로 대표적인 온대 기후를 갖고 있다.
온대 지방의 특색은 무엇보다도 사계의 변화다. 꽃과 신록과 낙엽, 그리고 함박눈을 함께 볼 수 있는 계절은 우리 생활의 폭을 한결 넓혀 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품성도 드센가 하면 온화하고, 또 다감하다. 그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를 놓고 기상 학자들은 남북성과 동서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남북에 걸쳐 약 1천㎞의 길이로 뻗어 있는 반도는 겨울의 경우, 무려 25.6도C의 기온 차이를 갖고 있다. 따라서 4월초에 제주도에 상륙한 제비는 한 달이나 걸려 신의주에 날아간다. 그러나 여름은 제주와·중강진 사이가 불과 3도 정도의 차이밖에는 보여주지 않는다. 동서성도 재미있다. 동해안은 겨울이면 난류의 영향으로 서해안보다는 덜 춥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삼한사온의 현상으로 견딜 만 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상 학자들의 실명을 들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하긴 요즘의 기후는 자연의 「밸런스」를 잃어 모든 주기의 눈금도 제대로 맞지 않는 느낌이다. 이른바 이상 기온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설에는 문명의 공해로 자연이 조화를 잃어버렸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삼한사온은 「시베리아」 고기압의 「7일 주기설」에서 비롯되었다. 이 주기설의 원인은 아직 똑똑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시베리아」고기압은 고층 기류가 약하거나 남서 기류인 동안은 계속 발달한다. 그러나 북서 기류인 때는 찬 공기를 상실한다. 말하자면 이런 변화가 7일 주기로 일어나 우리나라에서는 삼한사온 현상이 빚어진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자연의 기후 아닌 정치의 기후도 대체로 북풍의 영향에 민감한 것 같아 한편「아이러니」를 느낀다. 자연의 기후는 「시베리아」의 영향을 받는데, 최근 국제 정치의 기상도를 보면 정치의 기후는 중국 대륙의 기압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때마침 「포드」가 상하의 「하와이」에서 발표한 「신태평양 선언」은 우리의 정치 계절에 훈풍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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