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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음악이 내 육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냄새를 맡고 만지고 느낄 수도 있었다. 나는 문자 그대로 모든 악기의 일부였다….
무엇이 환상이며 무엇이 현실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완전히 모든 억제로부터 해방된 기분으로 사람들 앞에서 춤을 췄다….」
「앨리스」라는 미국의 15세 소녀는 LSD를 처음 먹은 경험을 이렇게 일기에 적었다.
그 후 그녀는 한발 한발 마약의 세계 속에 빠져 들어갔다. 「스피드」라는 흥분제, 「베니」라는 각성제, 「덱시」 「포트」라는 별명의 「마리화나」, 「아시드」라는 별명의 LSD, 「해쉬」라는 「마리화나」 「조인트」라는 사제 담배, 「글라스」라는 「마리화나」,「바브」라는 수면제, DMT라는 환각제, 「메스」라는 흥분제, 「스메코」라는 마약, 「안페타민」의 속칭 「초크」·「어퍼」또는 「코·파일러트」….
결국 그녀는 주립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치료를 받았다. 그녀는 반년 후에 완치되어 다시 학교에 다니게는 되었다. 그러나 몇 달 후에는 다시 마약 과용으로 죽고 말았다.
모든 것이 친구들끼리의 「파티」에서 장난 삼아 피운 게 시작이었다. 그녀의 가정은 유복하고 그녀도 마약에 중독 되기 전 까지는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한번 맛들인 마약의 세계에서 벗어나려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이 없었다. 너무나도 마약은 자극적이며 감미로왔던 것이다.
작년에 미국연방 마약위원회는 1백만「달러」나 들인 2년에 걸친 마약 조사를 끝냈었다.
그 결론은 마약보다는 오히려 「알콜」 중독이 더 무섭다는 것이었다. 곧 「알콜」 중독이 흉악범죄·자살·가정불화·자동차 사고 등 심각한 사회문제들의 원인이 되어 있으며 「마리화나」는 사회문제로는 그리 대단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 위원회는 「닉슨」 대통령 때에도 같은 결론을 내린 『마약 「리포트」』를 낸 적이 있다. 이때 「닉슨」은 이를 엉터리 보고서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예능인들 사이에 「마리화나」 애용자가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독일 최대의 시인이라는 「고드프리드·벤」이 쓴 글에 이런 게 있다. 곧 지난 5백년 동안의 예술의 대부분은 변질자·「알콜」중독자·이상자·부랑자 등에 의해 상승의 길을 걸어온 예술이라고. 그에 의하면 또 서구의 천재 1백50명중에서 50명이 마약 상용자가 아니면 변태자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왠지 「알콜」 중독자는 보기 드물다. 아직은 미국 사회만큼 「스트레스」가 크지 못한 때문인지, 아니면 술값이 비싸서인지 어쨌든 다행스런 일이다. 「마리화나」도 아직은 신문에서 떠드는 것만큼 유행되어 있지는 않다.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마초는 미국에서 보다 구하기가 쉽다. 값도 싸다. 환상을 찾게 만드는 것들도 많다. 이게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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