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직접 쓴 붓글씨 '영' … 펑리위안에게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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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운데)가 21일 베이징사범대 제2부속중학교에서 서예 수업을 참관하던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왼쪽)로부터 붓을 쥐는 법을 배우고 있다. 미셸 여사는 미·중 우호가 영원하길 바란다는 뜻으로 ‘영원할 영(永)’자를 써 펑 여사에게 건넸다. [베이징 AP=뉴시스]

‘후덕재물(厚德載物)’ vs ‘영(永)’

 미국과 중국(G2)의 퍼스트레이디가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선물한 글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21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참관했던 베이징(北京)사범대학 제2부속 중학교(중·고교 통합과정) 서예수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먼저 펑 여사가 미셸 여사에게 중국 고전 『주역(周易)』에 나온 ‘큰 덕으로 인간을 교육하고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뜻의 ‘후덕재물’을 써 선물하자 미셸 여사가 미·중의 우호관계가 영원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영’자를 써 펑 여사에게 건넸다. 덕과 교육·우정으로 G2의 퍼스트레이디 외교가 시작됐다.

 펑 여사 초청으로 중국을 처음 찾은 미셸 여사는 20일 오후 어머니 메리언 로빈슨, 두 딸 사샤·말리아와 함께 베이징에 도착했다. 미셸 여사의 이번 방중은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오바마 대통령의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면담 등으로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영부인 외교를 통해 복원해보려는 양국의 화해 제스처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최근 크림반도 합병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갈등을 예상해 중국과의 우호를 과시하며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펑 여사와 함께 학교를 찾은 미셸 여사는 가장 먼저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업을 참관하고 이어 탁구·서예·로봇 수업을 참관했다. 그는 학생들과 영어로 대화하며 영어 학습에 어려운 점을 물었고 현장에서 직접 탁구를 배우기도 했다. 미셸과 펑리위안 여사는 이날 오후 명·청 시대 황궁이었던 자금성(紫禁城)을 둘러보며 전통문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앞서 신화통신은 20일 “미셸 여사는 방중 기간 중 정치를 얘기하지 않고 양국의 교육과 문화, 민간교류에 대해 (펑 여사와)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셸 여사는 22일 베이징대에서 강연을 한 뒤 미국·중국 학생들과 유학과 문화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토론한다. 그는 24일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으로 이동해 진시황릉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병마용(兵馬俑)과 고대 성벽을 관광한다. 그는 25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는 티베트 식당에 들러 식사한다. 이와 관련해 홍콩경제일보 등 중화권 언론은 “정치적 색채를 최대한 감추면서 미국의 티베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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