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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문재인, 깔끔하게 물러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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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상진(左), 문재인(右)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부산 회동을 앞두고 ‘문재인 용퇴론’이 불거졌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자문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불을 질렀다.

 그는 21일 라디오 인터뷰와 중앙일보 통화에서 “새로운 정당이 태어나는 지금, 문재인 의원은 깔끔하게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한 언론 기고문에서도 그는 문 의원의 정계 은퇴를 촉구한 적이 있다.

 신당 창당을 앞두고 야권 일각에서 ‘친노 배제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의 멘토’가 거듭 문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서 양 진영 간 분위기가 미묘해지고 있다.

 한 교수는 이날 “민주당과 안철수 측을 보면 미래가 불안하다”며 “문 의원이 지도자라면 지도자다운 용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지지자의 불안을 털려면 묵은 찌꺼기를 배설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친노라는 집단은 가혹하리만큼 부정적인 프레임에 묶여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 문 의원이 사즉생(死卽生)의 마음으로 떠나면 민주당이 거듭 태어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며 “문 의원이 이번에 희생을 하면 반드시 다시 기회가 오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신당이 시끄러울 때마다 갈등의 중심에 서면서 정치적 자산을 갉아먹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도 했다.

 친노 진영은 강력 반발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민주당 김창호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친노와 문재인 의원을 배설해야 할 찌꺼기, 즉 오물로 지칭한 것은 망발”이라며 “대선 패배로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면 문 후보와 아름다운 단일화를 하지 못한 안 의원도 은퇴해야 한다”고 발끈했다.

 김기식 의원도 “교수면 교수다운 말을 해야지 왜 통합의 과정에서 분열을 조장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신경민 최고위원 역시 “문 의원이 사퇴해야 신당이 잘된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문 의원의 측근인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요즘 문 의원은 이런 말에는 발끈하지도 않는다”고 무시했다. 그는 “문 의원은 최근 ‘지방선거가 잘 돼야 할 텐데’ ‘내가 도와야 하는데’라며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정계 은퇴는 말도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익명을 원한 비노 인사는 “문 의원의 사퇴까지는 본인 의지에 달린 것이지만, 지난 총선 때 박근혜계가 이명박계를 배제한 것이 결과적으로 국민에게는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느냐”며 친노 배제론을 거론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문 의원과 안 의원은 22일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 만난다. 안 의원이 먼저 “꼭 뵙자”고 전화해 이뤄진 일정이다. 새정치연합 박인복 공보팀장은 “한 교수의 발언은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안 의원과 문 의원과의 회동 이전에 오해받을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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