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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활성화의 빛과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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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서비스업 발전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주요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도 서비스업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핵심적 과제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의 발전은 지지부진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서비스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다. 정부가 서비스업 경쟁력 향상을 강조하는 주된 이유는 우리나라 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와 소득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에 비해 크게 낮고 생산성도 국내 제조업이나 타국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서비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2%인 반면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대개 70~8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30%, 국내 제조업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필요하고 좋은 일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 서비스업에 대한 정확한 실상 파악과 우리가 추구하는 서비스업의 발전이 우리 경제에 궁극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또한 이를 위해 어떤 변화를 이뤄내야 할지에 대해 좀 더 깊은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서비스업에 대한 통계가 서비스업의 실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매우 높고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이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종이다. 2012년 통계에 의하면 도소매업, 음숙박업이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해 우리와 소득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다. 반면 총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국내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1%인 데 반해 총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우리가 서비스업 생산성이 낮다고 할 때는 종사자 수에 비해 생산액(부가가치)이 낮다는 것인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도소매·음숙박업 등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결과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GDP 비중과 생산성 통계는 실제보다 크게 과소평가되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업종들에 종사하는 인력이 일용직 근로자가 많아 임금이 제조업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나 일인당 부가가치가 제조업 평균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서비스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은 구분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의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영업자의 과잉으로 생존을 위한 처절한 경쟁 속에 놓여 있는 소매업, 음식업 등이 우리나라처럼 편리하고 효율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밤늦은 시간에도 슬리퍼를 끌고 집에서 2~3분만 걸어가면 맥주나 라면을 얼마든지 살 수 있고 전화만 하면 철밥통을 오토바이에 싣고 피자나 짜장면이 수분 내로 배달되는 나라는 드물다. 어떻게 더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는가. 만약 생산성을 높이겠다면 이 분야의 종사자 수에 비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는 다시 말해 투입비용에 비해 산출가치를 높이는 것이며 이 경우 소매점의 생활물가, 음식값, 숙박료, 택배료 등 서비스요금이 올라야 해 이것이 전반적인 임금 상승 압력, 산업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실질환율의 절상을 초래해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을 낮추게 된다. 또한 소비자의 구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현재 구매력 평가에 의한 우리나라 1인당 소득 순위는 명목소득 순위에 비해 크게 높은데 이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 서비스가격과 생활물가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업 발전을 도모할 때는 전체 서비스업에 대한 수치를 가지고 얘기하기보다 금융·보험·의료·관광 등 구체적 업종과, 특히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발전 대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여타 산업과의 연관 효과가 크고 대외거래에 있어 적자가 큰 부문이다. 이 중 금융·보험은 우리나라가 타국에 비해 비중이 꽤 높은 편이며 규제 완화보다 오히려 제대로 된 감독이 더 요구되는 분야다.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식에 대한 투자와 우리 사회의 지식 수준이 제고되어야 한다. 단순히 규제 개혁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실력과 지식에 대한 존중, 지식의 창조와 확산을 위한 열린 토론문화, 모든 분야에서 합리성의 추구, 지적 재산에 대한 철저한 보호, 교육혁신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혁신 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