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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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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의 가족제도는 이제 농촌이고 도시고 모두 확대 가족제를 버리고 핵가족제로 치닫는 경향이다. 그러나 과연 핵가족제는 반드시 취할만한 것인가? 노부모를 둔 젊은 세대들은 한번쯤 사회보장제도가 철저한 서구사회가 노인들의 행복보장에 실패, 이제 동양의 전통적 확대가족제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것,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3대가 어울려 사는 가정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 봄직하다. 여기 현대적인 효가 이루어지고 있는 3대 가정의 표본으로 위당 정인보선생댁을 찾아본다.
위당 정선생 댁은 위당의 부인 조경희할머니(81)를 모시고 아들 정양모씨(43·국립중앙박물관미술과장)와 며느리 이중원씨(34), 진원(9)소라(7)상진(4)의 세손자가 어울려 산다.
양모씨는 6남매중 막내로 『서울에서 살고있는 유일한 아들인데다, 서예나 고미술에 대한 기호가 위당선생과 가장 흡사해』, 할머니 조씨는 양모씨 결혼직후부터 10연년간을 이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가정의 특징은 어<노인보호, 사회에 맡기는건 비정 친근하게 모시면 배울점도 많다>쩌다보니 3대가 사는 것이 아니라 핵가족시대인 요즘 확대가족으로 남아있는데 대해 할머니와 양모씨내외가 분명한 자기 주장을 지녔다는 점에 있다. 아들 양모씨는 『전통적인 부모 공경사상을 배제하고 인간보호·노인보호라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노인보호를 사회제도에 맡기는 것은 비정한 일이지요. 차디찬 「아파트」에서 몇날 몇 달 뒤 우유배달부에 의해 노인이 시체로 발견되는 「유럽」의 실화들을 상상해보면 그럴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칩니다. 노인을 보호할 수 있는 낙원은 역시 가정이어야하지요』라는 주장이다.
며느리 이중원씨는 『나이 든 분을 집안어른으로 모시고 살며 생활경험이 풍부한 분으로부터 젊은이들이 크고 작은 교훈들을 간접적으로 배우니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이 어디있겠어요』라고 반문한다.
6남매중 딸로는 가장 자주 친정에 들르는 양완씨(47·덕성여대등 강사)와 그 남편 선신범씨(46·성대교수)는 『노부모에게 효도하는 첫길은 마음 편하게 해드리는데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고 「현대의 효」론을 펼치며 며느리 중원씨가 이일을 해내고 있다고 웃으며 칭찬한다.
며느리 중원씨는 『어머니가 정이든 뭐든 주는편』이라고 말하며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어머니가 계셔서 다행이고 가정마다 자녀교육상 할머니·할아버지는 계시는편이 좋을듯한 생각입니다.
건전한 성인으로 커가는데는 가정교육·가풍이 가장 결정적인데 이것은 노인들의 이를테면 「잔소리 훈계」를 통해 이루어지거든요. 또 저희 경우는 해당되지 않으나 현대의 공리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노인들이 계시면 젊은 사람들도 활동하기 오히려 편하지 않은가 싶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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