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징세는 공평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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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금이 많은 것도 불만스럽지만 그 공평치 못한 것은 훨씬 더 불만스럽다. 그만큼 세금을 거둬들이는 세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같은 소득인데 한쪽이 더 많은 세금이 나올 때, 또 갑자기 세금이 오를 때 조세저항이 터지는 것이다.
우리 나라와 같이 근거과세가 보편화되지 못하고 인정과세가 횡행하는 실정에선 세제보다 오히려 세정이 더 세금을 좌우한다. 한푼의 소득은폐도 불가능한 근로소득세 등을 제외하곤 외형이나 소득표준율이 세율보다 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근거과세가 안되어 있으니 세정의 자의성이 많다. 세정은 그만큼 불만의 대상이 될 소지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예산상의 세수목표가 근본적으로 많고 그것이 단시일 안에 급격히 증가되면 그 가중은 세정에 걸리게 마련이다.
아무리 합리적인 세정을 하고 싶어도 세수목표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할당식 세금징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칙적으로 세금은 세율을 법률로 정하고 규정된 세율에 의해 거두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세금이 목표보다 더 들어올 수도 있고 또 모자랄 수도 있다.
그런데 세수가 목표를 못채우는 것은 큰 잘못이며 목표를 초과달성 할수록 세정을 잘하는 것이란 생각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짜는 식 징수가 남용됐고 심지어 납세자로부터 빌어다가 징세목표를 채우는 「난센스」까지 빚었다. 조기징수가 바로 그것이다. 과오납도 아직 많다.
작년에 2백58억, 금년 들어 8월 말까지 2백75억원의 과오납이 발생했다. 가뜩이나 무거운 세금에 과오납까지 당하면 세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그 폭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아직도 인정과세가 세금징수의 큰 몫을 이루고 있다. 인정과세엔 비리와 부조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세무공무원의 낮은 대우와 넓은 재량권, 또 전반적인 납세도의의 저하는 세정비리를 가속시킨다.
가장 단적인 예로 호남전기가 7l년부터 74년까지 4년동안 55억원의 각종세금을 포탈했는데 이엔 2명의 국세청 직원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생활이 안되는 봉급으로 공정한 과세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또 세무공무원의 자질과 통념도 문제다. 기본생활을 하기위한 작은 부조리에서부터 시작되어 대규모의 조직적 부조리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동안 서정쇄신을 할 때마다 국세청이 가장 심한 바람을 맞았으나 아직도 만족할만한 세정합리화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여건 정화가 별로 진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금의 비중이 커질수록 세무공무원에 대한 유혹도 높아간다. 그런데 징세비는 비현실적으로 낮다. 1백원 당 징세비는 70년의 1원51전에서 72년 1원47전, 75년 1원30전으로 낮아지고 있다.
합리세정의 바탕은 근거과세이다. 자진납부 비중을 보면 가장 말썽의 소지가 많은 개인영업세가 74년 1기분의 60.4%에서 74년 2기분엔 63.3%, 사업소득세가 59.2%에서 59.8%로 다소 나아지고 있다. 법인세의 자납도 74년의 3백1억원에서 75년 3백48억원으로 15% 높아졌다.
성과신고와 납부를 유도하기 위해서 녹색신고제·성실보고회원조회·자동부과율제 등이 실시되어 상당한 성과를 올리기는 했으나 아직도 만족할만한 정도는 아니다. 또 세금을 내는 쪽과 받는 쪽의 신뢰관계도 미흡한 상태다. 사실 개인영업세 등에선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72년만 해도 30%선에 머무르던 자납비율이 74년엔 60% 선으로 올라가긴 했다. 그러나 자납비율의 증가가 꼭 세정에 대한 신뢰에서 나왔는지도 의문이고 아직 자납을 안하는 몫도 여전히 많다.
개인영업세에 대한 재조사청구가 74년 1기분엔 9백66건, 2분기엔 3백52건에 이르고있다. 이는 재조사청구가 1기에 2천여건이 넘던 72, 73년보다는 많이 준 것이다. 이는 바꾸어 말해 불과 2, 3년 전의 세정이 얼마나 엉망이었나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2, 3년 전만해도 엉망이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던 세정이 최근 들어 부쩍 개선되었다 해도 이를 납세자가 일반적인 인식으로 받아들이려면 많은 업적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빠지긴 쉬워도 한번 나빠진 세정의 인상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더욱이 최근 들어선 세수액이 너무 빠르게 늘고있다. 같은 세율에서 세수를 늘리려면 외형을 올리고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사실 개인영업세의 경우 과세액이 불황에도 매년 35% 가까이 늘고있다. 세금을 많이 받으면서 나빠진 세정「이미지」를 고치고 또 공평과세를 이룩한다는 것은 지란의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많아진 세금도 다른 사람에 비교해 공평하게만 거둔다면 세금의 부담감이나 조세저항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전경련이 업계를 대상으로 세무행정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기업회계관행의 무시·세무공무원의 자질미비·불손한 자세·과다한 자의성·불필요하고 방대한 자료요구·상호불신풍조·세무조사의 장기다기화 등이 큰 불만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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