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대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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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로코」의 「하산」국왕의 명령 아래 6일 드디어 『35만명 평화대행진』의 선발대 4만여명이 국경을 넘어 「스페인」령 「사하라」에 들어갔다.
이들은 「오스만」수상을 앞세워 서로 손잡고, 한 손에는 또 「코란」성전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서서히 남하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 7세기 초에 「메디나」로 도망갔던 「모하메드」가 일으킨 「메카」에의 대행진을 연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로코」의 이번 「대행진」에는 종교적인 열광은 거의 없고 그 동기는 전혀 경제적인데 있는 것 같다. 이런 게 오늘의 정치다.
「텔라비브」의 중학교에서 한 역사선생이 학생들에게 『「모세」란 어떤 인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학생은 『매우 못난 인물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뜻하지 않은 대답에 깜짝 놀란 교사가 『우리의 위대한 조상에게 그런 불손한 말을 한 이유는 뭐냐』고 물었다. 그 학생은 대답했다. 『왜냐하면, 「이집트」를 빠져 나온 「모세」가 「이스라엘」의 백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넌 다음에 왼쪽으로 꺾어갔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때 오른쪽으로 가기만 했었다면 우리도 대산유국이 될 수 있었을 게 아닙니까.』
「모로코」의 「하산」왕은 지금 이 기름 아닌 인광석을 위해 「평화대행진」을 일으킨 셈이다. 영토가 문제가 아니다.
「스페인」령 「사하라」의 면적은 26만6천평방km. 일본의 국토에 맞먹는다. 여기에 인구는 8만명 밖에 안되는 사막지대다.
그러나 지난 63년에 비료가 되는 인광석의 대광맥이 발견되자 갑자기 노른자위로 되어버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매장량이 1백억t이라 추정되고 있다. 노천발굴 할 수 있는 것만도 14억t이 넘는다.
지금까지 「모로코」는 세계수요량 전체의 37%를 공급해오던 인산국이다. 이것과 관광수입 이외에는 달리 수입원이 없는 「모로코」로서는, 인광석이란 노다지나 다름없다.
만약에 「사하라」에서 인의 채굴이 본격화해지면 「모로코」산의 인광석은 값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사하라」를 수중에 넣으면 「모로코」는 독점적으로 가격을 조작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평화대행진」에는 순전한 자원 「내셔널리즘」이 동기가 되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모로코」측의 「사하라」영유권 주장에는 근거가 희박하다. 이웃의 「모리타니」도 「모로코」만큼은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한편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 10월에 『그 어느 쪽에도 영유권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알제리」도 「모로코」의 「사하라」병합에는 반대하고 있다.
결국은 종주국 「스페인」의 태도에 달려있다. 주민투표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해오던「스페인」이었다. 그러나 「평화대행진」이 시작된 이제 명분과 체면을 살려가며 「사하라」를 방기하기는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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