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작…「가을의 미각」|밤 30% 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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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을철 미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밤이 올해는 전례 없는 흉작으로 주산지의 수확량이 예년보다 평균 30%나 줄어들었다. 올 가을의 밤 흉작은 지난봄 개화기와 결과지 형성 때 가뭄이 심한데다 지역에 따라서는 흑벌 등 병충해가 심했기 때문. (지방종합) 이 때문에 주산지 일부 지방에서는 밤나무가 말라죽거나 밤송이가 여물지도 못하고 떨어져 밤 한 톨 거두지 못한 농가가 있는가 하면 특히 경기지방 주산지 가운데는 해걸이까지 겹쳐 지난해에 비해 86%의 감수를 보인 곳도 있다.
밤 주산지로 널리 알려진 경기도 양주군 일대의 경우 많은 밤나무가 흑벌과 줄기마름병의 피해로 밤송이가 여물기도 전에 말라버려 생산량이 지난해 1천1백14t 7백30㎏에 비해 올해는 83.6%가 줄어든 1백82t 8백15㎏밖에 되지 않았다. 밤나무 4천 그루를 관리하는 김성기씨(65·양주군 미금면 금곡리)는 올해는 밤나무들이 꽃은 제대로 피었으나 줄기마름병이 번져 밤송이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자라지 않거나 말라 떨어져 수확량이 지난해의 2천2백50㎏의 6분의 1인 3백75㎏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전남지방의 밤 주산지인 광양군 일대에는 밤송이가 맺히는 지난 5월 하순께 우박이 내려 밤꽃이 동해를 입은 데다가 비료배정이 되지 않아 시비를 제대로 못했고 해걸이마저 겹쳐 30∼40%의 감수현상을 나타냈다.
광양읍 내리 조모씨(45)는 정부가 주곡작물에 우선해서 비료를 배정, 밤나무 등 유실수 재배농가에는 단 1부대도 비료배정을 못 받았다면서 비료의 자유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밤 생산의 감수는 앞으로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우리나라 재래종인 「알밤」생산지인 경남 하동일대 밤나무에도 3년전부터 흑벌이 만연, 최근 전체면적의 절반가량인 2천5백여㏊의 재래종 밤나무들을 망쳐놨다.
또 나머지 개량종 밤나무에도 지난 7월 결실기에 우박이 쏟아진데다 개화기·가뭄이 뒤이어 「밤바구미」병까지 겹쳐 30% 이상이나 감수를 보았다.
특히 화개·진양·청암면 등지 4천여 가구 2천5백10여㏊ 재래종 밤나무들이 대부분 20∼30년생들로 수확이 줄어들기 시작, 2년전부터는 밤나무 흑벌까지 번져 이들 지역에선 올 들어 밤 한 톨 구경하지 못했다는 것.
전국 밤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경남도내 하동·산청·진양·함안 등 주산지의 밤나무도 흑벌이 만연한데다 결실기에 들어 한달 가까이 계속된 가뭄 때문에 낙과가 많아 예년보다 약 20%감수가 예상된다.
산림청당국은 가뭄이 계속했던 중부지방에 흉작현상이 심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재배면적의 증가 등으로 올해 생산목표량 6천t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흉작을 막기 위해서는 봄철뿐만 아니라 수확 후 가을철에 비료를 제대로 주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밤나무 재배자들은 당국이 비료배정에 혜택을 주고 병충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앞으로도 감수를 면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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