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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프로 제2전성기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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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전성시대가 다시 오는가-.

1960~80년대 드라마와 쌍두마차를 이뤘던 TV 코미디(개그)는 90년대 들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코미디보다 더 재미있는'오락 프로그램과 시트콤의 출현 때문이다. 코미디의 지류(支流)는 풍부해졌지만 정통 코미디 장르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건 것이 KBS '개그콘서트'(일요일 밤 8시50분)였다. 빠른 진행과 대본의 독창성.현장감 등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다시 끌어들였다.

그리고 2003년,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코미디 부활'을 외치고 있다. 무엇보다 신인.시청자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열린 개그, 참여 개그 봇물=SBS는 다음달 20일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일요일 오전 10시50분)이란 제목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출연진이 40여명에 이른다.

특히 심현섭.강성범.이병진.김준호.황승환 등 한때 KBS '개그콘서트'를 이끌었던 개그맨 10여명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동규 PD는 "생생하게 펄떡이는 개그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겠다"며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일반 시민들도 아이디어만 갖고 오면 출연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KBS '개그콘서트'가 대학로 무대를 스튜디오로 가져왔다면 KBS 위성채널에서 방송 중인 '한반도 유머 총집합'(목요일 밤 10시)은 한걸음 더 나간 시도를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펀 스테이지'코너. 오디션을 거친 개그맨 지망생 8~10팀이 관객 앞에서 직접 개그 솜씨를 겨루는 코너로, 세 번 이상 우수상을 받으면 KBS 개그맨이 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자연히 대본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개그가 펼쳐진다. 지난해 11월부터 KBS가 방송 중인 '폭소클럽'(금요일 밤 12시15분)은 국내 최초의 성인 스탠딩 코미디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과감한 정치 풍자=올 초 MBC는 "구겨진 코미디 왕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인 '코미디 하우스'(토요일 오후 5시10분)를 대폭 수술했다.

이 중 배칠수.박명수.김학도가 16대 대선 후보자 노무현.이회창.권영길의 성대모사에 도전한 '삼자토론'은 과감한 정치 풍자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통령과 비슷한 얼굴을 가졌다는 이유로 TV에 나오지 못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제작진은 말한다.

지난 22일 이 코너에선 청와대 송경희 대변인을 패러디했다. 여성 대변인은 "노후보가 미국 코미디 실장과 15분간 대화를 했습니다"라고 발표한 뒤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다리를 꼬는 행동을 했다. 이어 일관성 없는 대사를 하며 허둥지둥했다. 노대통령 역의 배칠수씨는 "자를 수도 없고…"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왜 코미디 부활인가=코미디계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KBS 김웅래 제작위원은 "참여정부가 등장하면서 코미디 소재의 제한이 많이 풀린 게 원인"이라며 "제작진의 체감지수가 높아 어느 시기보다 코미디가 꽃 피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토크 프로그램의 말장난에 대해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 SBS 장동욱 예능총괄 국장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신선한 변신으로 시청자들의 참여를 끌어낸다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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